[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도쿄 미드타운 어워드 2019년 수상작 '오미쿠지'(쓰레기) ⓒ 뉴스1
도쿄 미드타운 어워드 2019년 수상작 '오미쿠지'(쓰레기)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환경부가 2020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시작으로 시행 중인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관리·홍보 부족으로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리할 경우 의류나 제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재활용할 수 있으나 대부분 '유색 페트병'과 함께 배출돼 소각(열적 재활용)되는 게 대부분이다. 과태료 30만 원 부과 규정이 시행 중이나 '유명무실'한 상태다. 서울시에서 과태료를 매긴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분리 배출하지 않는 것은 별도 공간 마련에 대한 부담과 함께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여기에 라벨을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 스트레스도 한몫하는 걸로 파악됐다.

일반 가정과 사무실에서 '라벨 분리'는 스트레스다. 어떤 재미나 이득도 없는 '친환경을 위한 노동'이기에 심리적 반발감도 크다.


일본에서는 이런 '라벨 분리'를 '뜯는 즐거움'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도쿄 미드타운 어워드'는 '차기 표준'(THE NEXT STANDARD)을 주제로 '운세 라벨'을 우수상으로 선정·발표했다.

'쓰레기'(오미쿠지, おみくず)라는 이름으로 출품된 이 작품은 페트병 라벨을 뜯으면 뒷면에 '오늘의 운세'를 볼 수 있도록 인쇄한 게 특징이다.

심사위원들은 "페트병 분리를 하면서 신사에서 점괘를 뽑는 듯한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분리배출 행위를 오락으로 연결한 게 의미 있다. '친환경 습관'을 만드는 선명한 해법"이라고 치켜세웠다.

일본 사례를 무작정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쇄에 대한 국가별 기준이 다르고, 신사가 없으며 무종교인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한국과 문화적 차이도 있다.

다만 '라벨 분리'라는 의무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즐거움과 결합해 심리적 반발감을 줄이고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차용할 만할 것이다. 환경부는 현재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홍보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창의적인 접근법이 결여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라벨 뒷면에 재활용 팁을 넣고 간단한 퀴즈로 상품을 제공하거나, 앱과 연동해 분리배출 시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 등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분리배출을 일상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활용 처리 과정의 투명성과 결과물의 활용성을 명확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고품질 재활용이 이뤄진다는 확신을 가질 때 분리배출 참여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의 성공은 단순한 규제와 단속을 넘어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정책적 지원에 달려 있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