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5년 만에 적자 고리를 끊었다. 다만 고강도 효율화 과정에서 본업인 유업 부문을 축소해 '분유 명가'의 정체성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1조원대를 회복하기 위한 성장 동력 확보는 과제로 남았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2025년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98억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9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과 외식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줄었다"며 "오너 체제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경영 혁신으로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운영 효율을 최적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흑자를 전형적인 사모펀드식 비용 절감의 결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본업인 분유와 우유 등 뿌리 산업을 축소해 매출 감소와 정체성 약화가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신규 히트 상품이 몇년째 나오지 않아 성장판이 닫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남양유업의 매출은 수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20년 9489억원으로 최초 1조 미만을 기록한 이래 유제품 가격을 인상한 2022년(1조30억원)을 제외하고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1년 9561억원 ▲2023년 9968억원 ▲2024년 9528억원 등이다.
경쟁사 대비 낮은 이익률·투자… 신규 히트작 절실
미래 성장 동력 부재도 뼈아프다. 2024~2025년 '맛있는 우유 GT 슈퍼제로 락토프리', '초코에몽 미니 무가당', '말차에몽' 등 주력 브랜드의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판도를 바꿀 만한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 기존 스테디셀러의 맛을 바꾸거나 성분을 조절한 라인업 확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의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매출 대비 1%대로 3~4%대를 유지하는 경쟁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단백질 음료(RTD)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주력 제품인 '테이크핏'이 시장에 진입했으나 점유율 확대에는 한계를 보인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단백질 음료 시장 점유율은 일동후디스 '하이뮨'이 35~40%, 매일유업 '셀렉스'가 25~30%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남양유업의 '테이크핏' 점유율은 8~10% 수준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대형 마트와 편의점의 프로모션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도 제한적이다. 2025년 기준 남양유업의 영업이익률은 0.6%로 같은 기간 빙그레 7.8%, 매일유업 4.2%와 대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앤코의 경영 방식이 사모펀드 특유의 '기업 가치 제고'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구조를 개선해 재무제표상 흑자를 달성하고 매각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R&D 투자나 브랜드 혁신보다는 단기 실적 개선에 집중된 모습"이라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한 '매출 1조원'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 측은 "부실 포트폴리오 정리가 지난해 거의 마무리됐다"며 "최우선 과제인 적자를 털어낸 만큼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