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을 '금융 혜택'으로 지적하자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기존 대출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제도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전 금융권과 함께 다주택자 대출이 관행적으로 연장되고 있는 실태와 개선 필요 사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신속하게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며 비공개 점검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포함해 다주택자 대출 유형, 잔액 규모, 만기 구조 및 연장 관행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대통령의 공개 문제 제기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가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도소득세까지 완화해 수년간 기회를 줬음에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출 만기 연장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미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후 '9·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매매업·임대사업자 대출도 제한했다. 다만 이들 대책 시행 이전에 취급된 기존 대출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만기 도래 시 금융권이 통상적인 심사를 거쳐 연장을 해주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특히 임대사업자 대출의 경우 자금 흐름에 이상이 없으면 1년 단위로 만기가 연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규 대출은 막혀 있지만 기존 대출이 반복적으로 연장되면서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이번 점검을 통해 다주택자 대출의 세부 현황을 파악한 뒤 불합리한 부분이 확인될 경우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계약상 만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대출에 대해 소급적으로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만기 도래 시 연장 요건을 강화하거나 특정 유형 대출에 한해 제한을 두는 방식이 검토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실제 규제로 이어질 경우 영향이 가장 클 분야로 임대사업자 대출을 꼽는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로 분류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기 연장이 제한될 경우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상당수 주택담보대출이 장기 분할상환 구조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매물 출회로 직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우선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점검회의 결과에 따라 다주택자 기존 대출 관리 체계가 어떻게 손질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