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외화 기반 자금 조달을 확대하며 조달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계산 후 신용카드를 건네받는 모습./사진=뉴시스

국내 카드사들이 외화 기반 자금 조달을 확대하며 조달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며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과 김치본드 발행 등 외화 조달 수단을 활용해 조달 채널을 넓히는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AA+·무보증·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3.749%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3.370% 수준이었던 금리는 두 달여 만에 0.379%포인트 상승하며 다시 3%대 중후반까지 올라섰다.


국채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우며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는 기본적으로 국채 금리 흐름과 연동되는 측면이 크다"며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채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전체 조달의 60~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조달 비용 부담이 곧바로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카드사들은 국내 채권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외화 기반 자금 조달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달 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해외 ABS 발행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7일 약 2억5000만달러(약 3650억원) 규모의 해외ABS를 발행했다. 신용카드 이용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번 거래의 평균 만기는 약 3년 6개월이며 투자자로는 소시에테제네랄이 단독 참여했다.

롯데카드도 올해 초 3억달러(약 4419억원) 규모 ESG 해외 ABS를 발행하며 외화 조달에 나섰다. 해당 채권은 사회적 채권 형태로 발행됐으며 조달 자금은 저소득층 금융 지원 등 사회적 목적에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ABS 발행이 경우에 따라 국내 여전채 발행보다 경쟁력 있는 금리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조달 다변화의 배경으로 꼽는다. ABS는 신용카드 매출채권 등 기초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구조여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높은 투자 상품으로 평가되곤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카드사의 해외 ABS는 국내 회사채 발행 대비 낮은 금리 수준에서 발행되기도 했다.

김치본드 역시 카드사들의 새로운 외화 조달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치본드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발행사는 국내 투자 기반을 활용해 외화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치본드는 과거 원화 환전 목적의 발행이 외화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11년 이후 사실상 발행이 중단돼 왔다. 이후 금융당국이 2025년 6월 원화 약세 완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1월 2000만달러 규모의 김치본드를 발행하며 약 15년 만에 국내 공모 김치본드 발행 사례를 만들었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 2월 1억3000만달러 규모의 공모 김치본드를 발행하며 외화 조달 채널 확대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외화 조달이 카드사 조달 구조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ABS나 외화채를 활용하면 투자자 기반을 국내 채권시장 밖으로 넓히고 만기 구조를 분산할 수 있어 시장 변동성 대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화 조달이 항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달러로 조달한 자금을 원화로 운용하는 카드사의 사업 구조상 통화·금리 스와프 등 환헤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해외 ABS나 김치본드 등 다양한 조달 채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