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올해부터 전면 철폐되면서 한우 농가의 경영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2026년 예산 편성이 유통구조 개선을 주문한 정부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뉴스1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한우자조금)의 2026년 예산이 전년 대비 감소한 가운데, 예산 항목별 배분이 정부의 유통구조 개선 정책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농가 도축 마릿수 감소와 미국산 소고기 관세 전면 철폐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현장 지원과 직결되는 수급안정 예산은 삭감됐다.

27일 한우자조금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승인을 거쳐 확정된 2026년 총예산은 327억원으로, 2025년(360억원) 대비 9.1% 감소했다. 2024년 429억원과 비교하면 23.7% 줄어든 규모다.


예산 항목별로는 수급안정 사업 예산이 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7% 감소했고, 유통구조 개선 사업비는 19억원으로 12.4% 줄었다. 반면 소비홍보 예산은 63억원으로 2.5% 감소에 그쳤다. 전체 예산 감소폭과 비교하면 소비홍보 분야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예산 축소는 한우 사육 마릿수 감소로 인한 농가 거출금 감소와 이월금 축소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농가 거출금은 2024년 201억원에서 2026년 173억원으로 줄었고, 이월금 역시 2024년 136억원에서 2026년 63억원으로 감소했다. 정부 지원금은 3년간 92억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정부는 2023년부터 유통비용 절감을 통한 구조 개선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 왔다. 농식품부는 올해 1월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공판장 내 직가공 확대(32%→2030년 40% 이상), 2028년 완공 예정인 농협 부천복합물류센터 활용 등을 통해 유통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산 구성의 효과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로 소비 여건이 변하면서 할인 중심의 소비홍보 사업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는 국회가 주최한 한우 수급대책 수립 토론회에서 "자조금 할인 행사는 2011년부터 시작했으나 2022년 10월 금리 인상 이후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할인행사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한우 농가의 경영 여건은 전반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통계청과 관련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우 비육우 1마리당 161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69만원, 2023년 143만원 손실에 이은 3년 연속 적자다.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수입산의 점유율은 과반을 차지한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 기준 2025년 전체 소고기 공급량 중 수입산 비중은 59.5%다.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전국한우협회는 한우 농가 소득이 연간 448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가 86만2000마리로 전년 대비 8.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우자조금 관계자는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방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급 안정(할인 행사) 쪽 비중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한우 가격 등락 폭이 클 때 온오프라인 판매는 물론 물류비 지원, 수입육 대신 한우를 사용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 등 다방면에서 예산이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한된 예산 속에서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알뜰 판매점 발굴, 한우 세계화를 위한 방한 외국인 행사, 수출 지원 등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