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의 모습.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주요 제조업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최근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로 관세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압박 카드로 대미 통상 리스크가 재확산하는 모습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가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 기업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사와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 규정이다. 과거 중국을 상대로 한 대규모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글로벌 무역 갈등을 촉발한 바 있다.


USTR은 '제조업 분야의 과잉생산'을 조사 근거로 제시했다. USTR은 "한국에서도 제조업 분야에서 과잉생산의 증거가 있다"며 "전자장비, 자동차,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을 통해 글로벌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조사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가 종료되는 7월 말 전에 마무리될 계획이다.

USTR이 지목한 분야는 대표적인 한국의 대미 수출 흑자 산업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자동차 301억달러, 반도체 138억달러, 자동차 부품 77억달러) 등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 15%와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를 다시 부과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시름은 커진다. 전날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로 미국발 관세 리스크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심 제조산업에 대해 미국 '구조적 과잉 생산'을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추가 통상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은 한국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조사가 실제 제재로 이어질 경우 타격이 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해 온 만큼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로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면 통상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무역법 301조 조사로 향후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미국의 제조업 재건에 기여한다는 논리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에 따라 중간재와 부품 수출이 늘면서 발생한 것이고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흥과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해왔다"며 "이번 조사 협의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통계와 논리를 통해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가 지난해 합의했던 이익 균형이 유지되고 특히 수출에 있어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국익을 최대로 하는데 방점을 두고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