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과 부국증권 등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며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총 1535만주 소각 계획을 밝힌 대신증권은 자사주 보유율이 기존 25.12%에서 소각 후 약 5%로 줄어들 전망이다. 보통주 1232만여주 가운데 약 932만주를 소각하고 나머지 약 300만주는 인적자본 투자와 우리사주제도 운영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부국증권도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부국증권은 보통주 373만764주와 우선주 3만6340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 후 부국증권 자사주 보유율은 기존 42.73%에서 약 6%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국증권은 우리사주제도 시행과 임직원 성과 보상 목적으로 보통주 70만주를 활용할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증권사들의 결정이 상법 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 취득분은 1년 내 소각해야 하고 기존 보유분도 1년6개월 유예기간 이후 소각 대상에 포함된다.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유지 수단으로 활용돼 온 관행을 줄이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증권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아 상법 개정이 시행될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사는 시장 변동성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주가 안정과 기업가치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증권업 특성상 보유 자사주를 임직원 성과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등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장기간 보유 관행이 형성돼 왔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비율이 53.10%로 가장 높다. 사진은 증권사 자사주 보유율 TOP5./그래픽=강지호 기자

자사주 소각과 함께 배당 등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 흐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보통주 1주당 869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배당금은 5078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배당 성향은 25.1%로 고배당 기업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별도로 총 620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하며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드러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총 6354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삼성증권은 총 357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키움증권은 총 3013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총 4878억원의 현금배당에 나서며 주주환원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형사도 배당 확대 흐름에 올라탔다. 유안타증권은 보통주 1주당 22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배당금 총액은 약 458억원이다. 배당 성향은 47.9% 수준으로 중소형사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다. DB증권도 1주당 550원의 현금배당을 추진하며 2년 연속 주주환원율 4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자사주 소각과 함께 비과세 배당도 병행한다. 회사는 올해부터 약 4년간 최대 4000억원 한도에서 비과세 배당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반 배당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배당소득세가 붙지만 대신증권의 비과세 배당은 주식발행초과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에서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시선은 여전히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에 쏠린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추가 소각 발표가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소각에 따른 유통 주식 수 감소 효과가 크고 주당 가치 개선 폭도 커질 수 있어서다. 자사주 소각은 단순 매입과 달리 유통 주식 수 자체를 줄여 EPS(주당순이익)와 BPS(주당순자산가치)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는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어 증권주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주식의 취득과 소각은 배당과 함께 기업 성과를 주주와 공유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며 "국내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