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 4사가 각기 다른 방향성으로 AI 기술 투자에 나서 주목된다. 신세계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롯데는 물류 자동화 설비, 현대백화점은 플랫폼 소프트웨어, 쿠팡은 기존 자산 효율화로 노선이 갈렸다. 전략은 달라도 과제는 하나다.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19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통 4개사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 사업보고서를 통해 각기 다른 AI 기술 도입 방향을 공개했다. ▲롯데 자동화 설비 구축 ▲신세계 AI데이터센터 설립 ▲현대백화점 플랫폼 초개인화 ▲쿠팡 물류 고도화 등이다. 각사의 투자 전략은 자금력과 기존 물류 인프라 등 내부 역량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분화했다.
신세계는 글로벌 AI 선도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하드웨어 인프라에 자본을 투입한다. 리플렉션 AI와 손잡고 250MW(메가와트) 규모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아시아 AI 허브를 자처한 SK그룹의 데이터센터 플랜이 103MW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그룹 센터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대등한 수준이다. 구글과 아마존 등이 보유한 단일 데이터센터 최대 규모는 300MW급이다.
변수는 자금력과 전문 인력 부재다. 신세계는 통합 전력 인프라와 냉각기술 설계 등을 외부에 의존해야 해 15조원 이상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트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3225억원을 기록하고 신세계푸드 단체급식 부문을 매각해 현금 1200억원을 확보했지만 자체적으로 추진하기엔 부담스러운 규모다. 합작법인 설립 후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외부 자본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후방 사업을 아우르는 SK그룹의 통합적 사업 구조와 장기간 누적된 관련 인재 커리어와 비교하면 신세계의 전사 구조는 상대적으로 유연성은 있으나 경험 축적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스마트 물류센터에 1조원 쏟은 롯데…물류 투자 중단한 현대백화점
롯데는 영국 오카도 시스템을 도입해 1조원 규모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오프라인 점포 재고망과 연계해 포장·분류 과정을 자동화하고 온오프라인 통합 운영 체계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관건이다. 예상 가동률 저하와 수익성 하락 우려가 제기되며 현재 지주사 차원의 정밀 감사와 투자 속도 조절이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새벽배송 등 물류 직접 투자를 중단했다. 대신 자체 AI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도입하고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내 초개인화 큐레이션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한다.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다만 쿠팡·롯데 등 물류 인프라를 갖춘 경쟁사와의 배송 격차를 상품 추천 기능만으로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쿠팡은 신규 설비 확장 대신 기존 자산 효율화를 택했다. 엔비디아와 제휴를 맺고 기존 풀필먼트 센터 재고 관리와 배송 인력 이동 경로 산출 전 과정에 AI를 적용했다. GPU 활용률은 기존 65%에서 95%로 올랐다. 전략의 배경에는 수익성 압박이 있다. 쿠팡 영업이익률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이미 구축된 대규모 물류망을 기반으로 운영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구조다.
유통 4사의 투자 규모와 사업 전략은 각사 자금력과 인프라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 향상을 꾀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백용욱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각 유통기업이 AI를 도입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몇몇 기업은 아직 양해각서 체결 단계로 실제 가동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AI 산업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확보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올해는 이란 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 실현 과정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