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급성장 속 순자산총액 5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사진은 ETF 순자산총액 증가 추이.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순자산총액(AUM) 5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하면서 ETF 시장이 성장했고 이에 주식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는 선순환구조를 이룬 것. 나아가 올해 안에 600조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 기준 국내 상장된 ETF 1131종의 순자산총액은 501조824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500조원을 넘겼다. 2002년 10월14일 삼성자산운용과 LG투자신탁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KODEX 200 및 KOSEF 200을 상장한 지 23년 만이다.


이후 ETF 순자산총액은 21년쯤 지난 2023년 6월29일 처음으로 100조311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 고지를 넘겼다. 2년 뒤인 2025년 6월5일에는 201조9491억원까지 증가하며 200조원을 돌파했다.

순자산총액 증가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200조원 돌파 6개월 만인 지난 1월5일 국내 ETF 시장은 300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4월15일에는 400조원 고지도 넘어섰다. 처음 100조원까지 증가하는 데 21년이 걸렸지만 현재는 한 달이면 달성 가능한 수치가 됐다.

자산별로 보면 주식형 ETF 규모가 가장 컸다. 코스콤 ETF CHECK를 보면 지난 5월22일 기준 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363조9000억원이었다. 채권형이 41조3000억원 규모였으며 혼합형은 18조5000억원, 원자재는 9조2000억원, 부동산은 2조4000억원 규모였다.


국내 ETF 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국내 증시 활황 속 안정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수요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3년간의 ETF 시장 성장세보다 최근 1년 동안이 훨씬 빠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 가계의 자산 배분이 예금과 부동산 중심에서 ETF와 연금 등의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이미 가계 자산의 70%가 금융자산이고 15%는 ETF로 구성될 만큼 금융상품을 통한 장기 자산 축적이 보편화됐다"고 진단했다.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그는 "연내 국내 ETF 시장은 600조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며 "투자자 유입구조 변화와 퇴직연금 등에서의 구조적 자금 유입, 운용사 간 경쟁적 상품 공급과 규제 개선 등이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 전망했다.

국내 증시 급등에 국내 주식 ETF 자금 유입 증가…상품도 지수형에서 채권혼합·커버드콜·레버리지 등 다양화

ETF 시장이 확대되며 상품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상장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세와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2025년 5월30일부터 2026년 5월29일까지 최근 1년간 순자금 유입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S&P500이 차지했다. 이 기간 유입된 자금은 6조5621억원이었다. TIGER 반도체TOP10은 6조1945억원이 유입되며 2위에 올랐고 ▲3위 KODEX 미국나스닥100 3조6553억원 ▲4위 KODEX 코스닥150 3조4873억원 ▲5위 KODEX 미국 S&P500 3조2000억원 순이었다.

올해 초 이후만 놓고 보면 순위가 달라진다. 2026년에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ETF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국내 ETF, 특히 대표지수와 반도체 관련 종목에 매수를 집중한 영향이다.

연초 이후 순자금 유입 1위는 TIGER반도체TOP10으로 4조729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위는 TIGER 미국S&P500으로 3조7625억원이 순유입됐다. 그 뒤로 ▲3위 KODEX 코스닥150 3조4046억원 ▲4위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2조6684억원 ▲5위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2조3722억원이 차지했다.

10위까지 보더라도 6위 KODEX 미국나스닥100을 제외하면 ▲7위 KODEX 200 ▲8위 KODEX 반도체 ▲9위 KODEX AI전력핵심설비 ▲10위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등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ETF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ETF 상품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도체의 상승세를 수혜를 누리면서도 변동성을 완화하며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 상품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커버드콜과 고배당, 자산 배분형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상장됐다.

지난 2월26일 상장된 KB자산운용의 RISE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은 순자산총액 2조9718억원을 기록하며 ETF 전체 운용 규모 35위에 올랐다. 채권혼합 상품으로는 1위다.

DC 및 IRP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형 펀드나 ETF를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지만 채권 혼합 상품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기에 주식 노출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이에 삼성운용과 하나, 키움운용도 잇따라 '삼전닉스' 채권혼합 상품을 내놨다.

순자산총액이 500조원을 넘긴 지난 27일에는 사상 최초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상장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의 일일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상장 직후 이틀간 19조9464억원 규모가 거래되며 투자자가 몰렸다.

김진영 연구원은 "ETF 시장 확대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의 상품 공급과 전략도 다변화됐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기 위해 2024년 이후 AI 밸류체인과 월 분배금 지급형인 커버드콜과 배당주, 주식 및 채권 혼합형, 자산 배분형 ETF를 꾸준히 상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