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시장이 500조를 돌파했다. 사진은 국내 ETF 시장 머니무브 추이.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AUM) 500조를 돌파하며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순자산 규모와 상품 수 확대 경쟁을 넘어 세분된 상품 전략을 통한 질적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내 ETF 총 AUM(종가 기준) 은 501조5951억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15일 AUM 400조원(종가 기준 404조503억원)을 돌파한 이후 42일 만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0년간 국내 ETF AUM 연평균 성장률은 약 33%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 대비 ETF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도 2024년 33%에서 2025년 44%, 2026년 1~4월 58%로 높아졌다.

ETF 시장이 커지면서 상품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상장 ETF는 이날 기준 1130종을 기록했다.

단순 지수 추종형 상품을 넘어 특정 종목, 산업, 전략 등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상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지난달 27일 국내 증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됐다. 선물과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도 출시됐다.

국내 증시 핵심 축인 반도체 대형주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레버리지 ETF가 등장하면서 투자자는 개별 종목 방향성에 더 강하게 베팅할 수 있게 됐다. 모멘텀 수혜를 극대화하는 것과 동시에 인버스 상품 등으로 헤지도 가능해지며 향후 투자자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가장 큰 매력은 반도체 업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모멘텀을 적은 자금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익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레버리지와함께 인버스 상품도 동시에 상장되며 레지 수단으로서 활용도도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던 투자 수요가 국내 시장에 흡수되는 흐름"이라며 "당분간 거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사진=강지호 기자

액티브 ETF도 시장의 주요 성장 축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액티브 ETF 순자산총액은 2020년 말 2조1000억원에서 2025년 5월 말 70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ETF 시장에서 액티브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1%에서 35.5%로 확대됐다.

커버드콜 ETF 성장도 상품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2023년 말 7748억원에서 2025년 말 11조원을 기록했다. 2년 동안 약 14배 성장한 것이다.

테마가 더욱 촘촘해지는 것도 주목된다. 과거에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큰 산업 단위 ETF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전력, 피지컬 AI, 우주항공, 그룹주, 특정 기업 밸류체인 ETF 등 세분화 된 ETF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ETF만 봐도 단순 업종 투자에서 벗어나 메모리, 고대역폭메모리(HBM), 소부장, 글로벌 AI 반도체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테마 상품이 출시되는 흐름이다.

금과 은 현물 ETF가 등장하는 등 원자재 영역으로 시장이 넓어지는 것도 눈에 띈다. 최근 고금리와 지정학 리스크, 달러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실물 자산을 ETF로 편입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흐름이다.

ETF 500조 시대에서 시장의 핵심은 단순히 자본 규모가 아니다. 기초자산과 전략, 보수, 리스크 등 다양한 요소를 포트폴리오에 정교하게 담아내는 것이 운용사의 경쟁력과 상품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는 평가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ETF 시장 성장과 함께 상품 구조가 기초자산형에서 파생형으로, 패시브형에서 액티브형으로, 시장대표지수형에서 테마형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TF 시장 상품 구조 변화는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