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글로벌 주류 채널 진입과 자발적 놀이문화 안착에 힘입어 올해 연 매출 3조원·영업이익 7000억원 돌파가 전망된다. 향후 제품 다각화와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 연구를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단일 히트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K푸드를 대표하는 식문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매운맛을 즐기고, 찍고, SNS에 공유하는 소비 방식과 맞물리면서 불닭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함께 즐기는 브랜드가 됐다. 단순히 해외 판매가 늘어난 데 그치지 않고, 한국식 매운맛을 놀이이자 경험의 형태로 퍼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 브랜드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90억개를 돌파했다. 현재는 100억개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한때 주목받는 히트상품에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팔리는 브랜드로 안착하고 있다는 의미다.


불닭의 성공은 '맛'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핵심은 매운맛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는 불닭을 먹는 행위를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불닭을 먹고 반응을 찍어 올리며 이를 공유했고, 이 과정에서 제품은 자연스럽게 놀이문화의 일부가 됐다.

이 같은 확산 방식은 젊은 소비층의 소비 패턴과도 맞아떨어졌다. 제품을 사서 먹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그 경험을 온라인에 올려 함께 즐기는 소비 문화가 불닭과 잘 맞았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이런 흐름을 타고 불닭을 '매운 라면'이 아니라 '참여하고 즐기는 브랜드'로 키웠다.

전문가들은 불닭의 흥행이 한류의 후광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정연승 교수(한국마케팅학회장, 단국대)는 "불닭은 한류에 편승해서 성공한 브랜드가 아니라 K푸드 신드롬을 주도한 사례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며 "단순히 해외에서 잘 팔렸다는 것을 넘어 한국의 매운맛이라는 경험을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즐기게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제품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2022~2026년 삼양식품 실적 추이.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불닭의 문화적 확산은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1분기 삼양식품의 면스낵 부문 매출은 65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출은 5657억원으로 86.5%를 차지했다. 해외 유통망도 넓어지고 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주류 유통 채널 입점이 확대되면서 불닭은 아시아 식품점이나 한인마트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5년 기준 한국 라면 전체 수출량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불닭을 앞세운 수출 확대가 K라면 성장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삼양식품의 연간 실적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매출은 2022년 9090억원에서 2025년 2조351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04억원에서 5242억원으로 증가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는 매출 3조541억원, 영업이익 7259억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매운맛이라는 자극을 공유하고 인증하는 '참여형 소비자' 문화를 구축했다"고 풀이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sumer)이자 스스로 레시피를 만드는 모디슈머(Modi-sumer)인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해 소비할 수 있는 제품 특성이 글로벌 확산과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어 "미국의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현지인 중심의 주류 유통 채널 매대를 넓혔다는 것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상설 식문화로의 편입을 뜻한다"며 "이는 특정 제품의 소비 기한을 늘리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된다"고 덧붙였다.

불닭의 경쟁력은 매운 라면 하나를 만든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식 매운맛을 전 세계 소비자들이 즐기고 따라 하고 공유하는 문화로 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품의 인기가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다시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자리잡는 흐름을 불닭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