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온 삼양식품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을 넘어 유럽까지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급증하는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생산 능력 확보와 현지화 전략 성과가 향후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2016년 931억원에서 지난해 1조8838억원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8.0% 늘어난 585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81.9%까지 확대되며 실적 구조도 사실상 '글로벌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역별로도 성장 축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집중됐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이 새로운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 매출도 각각 1850억원, 1710억원으로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더해지며 삼양식품은 '3대 글로벌 시장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는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가파른 수요 증가가 동시에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 병목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공장 가동률은 이미 한계 수준에 근접했다. 원주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75.9%에서 올해 1분기 96.7%로 높아졌고, 익산공장은 같은 기간 87.3%에서 110.9%로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밀양공장 가동률도 82.3%에 달한다. 일부 라인은 사실상 최대치 이상으로 운영되며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공급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4200억원을 투입해 밀양1·2공장을 구축했으며, 연간 최대 13억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밀양공장은 수출 제품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글로벌 수요 대응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원주공장 부지에는 액상스프 전용 공장 신설도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단순 생산량 확대를 넘어 품질 균일성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생산 거점 확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첫 해외 공장을 착공했으며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공장은 8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11억 개 라면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향후 중국 내 수요를 전담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공장 가동이 글로벌 서비스 체계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공급 안정성과 물류 효율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생산 확대와 함께 시장별 소비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중심의 고회전 유통 구조에 맞춰 제품 규격과 판매 전략을 최적화했고 미국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망 입점을 확대하며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와 중동 시장에서는 할랄 인증을 앞세워 종교·문화적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소비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삼양식품이 이제 '성장기'를 넘어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불닭볶음면이라는 단일 브랜드가 이끌어온 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공장 건설은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현지 시장에 대한 장기 투자라는 의미가 있다"며 "초기에는 불닭의 인기가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후속 제품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소비자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과 브랜드 확장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향후 2~3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생산 인프라 투자 효과가 실제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질지, '불닭 이후'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글로벌 기업 도약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