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을 5000회 투약한 50대 의사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남에서 5년간 수십 명의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5000회 가까이 불법 투약해 준 50대 의사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독자 가운데 6명은 투약 과정에서 우울증이 심화해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소창범) 의료용 마약 전문수사팀은 지난 29일 의사 A씨(여)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와 공모한 의원 직원 6명과 중독 투약자 5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서울 강남구에 피부시술 의원 2곳을 차리고 2020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프로포폴 중독자 32명에게 그들의 가족, 지인뿐만 아니라 직접 구입한 외국인 명의까지 도용해 총 18만밀리리터의 프로포폴을 4700여회 걸쳐 투약해 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1년 8월부터 2024년 5월 48회에 걸쳐 프로포폴 취급에 관한 사항을 기한 내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2021년 5월부터 2023년 11월 1272회 걸쳐 121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다른 사람에 대한 프로포폴 투약에 임의 사용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회당 3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투약자를 유치했다. 투약자 본인 명의로 프로포폴을 반복 투약하는 행위가 한계에 이르자 '가족이나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오면 프로포폴을 더 많이 투약해 주겠다'고 중독자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자들은 A씨의 유혹을 거스르지 못하고 타인 명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많게는 하루 10회 이상 프로포폴을 연속 투약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심화된 중독자 6명은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주 고객은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입소문을 듣고 온 업소 종사자, 사업가 등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의료 관련해 아무런 자격이 없는 피부 관리사가 프로포폴을 반복 투약하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는 이 같은 범행으로 수십억 원 상당의 수익을 취득해 고가의 외제 차와 명품들을 구입해 사용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2월 '의료용 마약 전문수사팀'을 신설해 같은 해 11월 2개 팀으로 확대·개편하면서 의료용 마약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A씨 의원 2곳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명세를 분석하고 프로포폴 투약자 4명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이듬해 1월 A씨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A 씨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투약자 30명과 의원 실장 B씨를 조사했다. 이달 A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간호조무사, 피부관리사 등 5명을 추가 입건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투약자 가운데 전문적 판별을 통해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21명에 대해서는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기소유예' 처분했다.

해당 제도는 중독자들이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목적으로 하며 투약자 개인의 중독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중독전문의, 중독·심리 분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에서 대상자의 중독 수준을 판별해 그에 맞는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대상자는 해당 프로그램 참여 및 보호관찰소의 약물감시 모니터링을 통해 조건을 이수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A 씨는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임에도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마약류 취급 권한을 악용했을 뿐 아니라 환자를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자신의 환자를 마약중독에 빠뜨리는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해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취득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징하고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 범죄를 엄단하고 오남용 투약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