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능숙하게 라보나 킥을 구사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단순한 축구 기술 시연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움직임'에 있다. 축구를 통해 균형 감각과 전신 협응, 돌발 상황 대응 능력을 키워 궁극적으로 제조·물류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동작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FIFA 월드컵 2026' 캠페인인 '스쿨 오브 풋볼'의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아틀라스가 축구 기술을 학습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쟁력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진은 균형, 타이밍, 협응, 적응을 핵심 요소로 삼고,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축구에 주목했다.
축구는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전신 움직임을 조정해야 하는 운동이다. 공을 차는 순간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는 동시에, 다른 다리에는 힘을 실어 공을 정확히 타격해야 한다. 특히 라보나 킥처럼 다리를 교차하는 동작은 무게중심이 쉽게 흔들릴 수 있어 균형 유지 및 전신 제어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진다.
연구진은 축구 선수의 동작을 모션 캡처로 수집한 뒤, 해당 데이터를 아틀라스의 신체 구조에 맞게 변환했다. 이후 강화 학습을 통해 아틀라스가 반복적으로 동작을 익히도록 했다. 아틀라스는 이 과정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단순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체 구조와 모터 제어 방식에 맞춰 균형 유지와 힘 전달 방식을 스스로 조정한다.
학습에는 클라우드 기반 GPU 시뮬레이션이 활용됐다. 이를 통해 단 24시간 만에 사람 기준 약 1년에 해당하는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학습 속도를 끌어올렸다. 실제 로봇에 적용하기 전 가상 환경에서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며 동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모든 관절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통합 제어하는 전신 제어 기술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교한 킥 동작이 구현된다.
업계에서는 아틀라스의 축구 학습을 상용화를 염두에 둔 현대차그룹의 기술 전략으로 해석한다. 이동하면서 물체를 다루고 균형을 유지한 채 힘을 전달하는 능력은 향후 물류·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수행해야 할 핵심 작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축구를 통해 쌓은 고난도 동작 데이터와 제어 기술이 휴머노이드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진은 "아틀라스가 축구에서 학습한 움직임은 로보틱스 기술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킥 동작으로 타이밍과 힘 생성 및 협응 능력을 익히고, 보다 복잡한 동작을 통해 회전 운동, 체중 이동, 전신 제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스포츠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기술 검증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농구장에서 AI 휴머노이드 로봇 '큐(CUE)' 시리즈의 드리블과 슛 동작을 시연한 바 있다. 큐는 코트 중앙에서 골대를 향해 드리블한 뒤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높은 제어 기술력을 입증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 로봇들 역시 전시회와 시연 영상을 통해 인간과의 격투기 동작이나 날아차기, 공중회전 등 고난도 신체 제어 능력을 잇달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는 휴머노이드의 기술 수준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며 "로봇이 사물과의 거리를 스스로 계산하고 균형을 맞추는 기술은 이미 일반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틀라스는 산업 공정 투입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두고 개발되고 있는 만큼, 향후 현장에 필요한 실용적 기술을 중심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