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관세 회피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한 국내 배터리 기업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관련 부담은 비교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행정부 고율 관세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업계는 관련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일찍이 북미 시장을 핵심 수요처로 낙점하고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수주 역량을 키워온 게 관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관세 회피 대응 강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수입신고 검증과 관세 회피 단속이 한층 엄격해지면서 이를 위반한 기업에 대해 고액의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고강도 관세 조치로 원산지 허위신고·가격 저가신고·품목 오분류·원산지 세탁 등 관세 회피 시도가 늘어났다고 판단, 관련 대응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사안에 따라 민사소송이나 형사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들어 관세국경보호청(CBP)과 법무부 등 관계기관이 단속 강화에 적극 공조하면서 제재 수단이 다변화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관세 공세 속에서도 현지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북미 시장 영향력을 키워온 국내 배터리업계는 비교적 안정권에 진입해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세를 고려해 관련 생산 역량을 확충해 온 것은 물론, 주요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시간 홀랜드·랜싱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등 총 4곳의 북미 ESS 생산 거점을 가동 및 구축 중이다. 지난달에는 이 같은 생산력을 앞세워 미국 에너지 기업 DTE에너지와 2조4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도 현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90GWh를 상회하는 신규 ESS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도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이 넘는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도 1조5000억원 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추가 공급 계약 논의를 통해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 역시 기존 운영 중인 조지아주 단독 공장 SK배터리아메리카 1·2공장과 올해 가동 예정인 HSBMA 공장, 테네시주 단독 공장 등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ESS 수주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현재 복수의 미국 현지 고객사와 총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며, 이를 토대로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20GWh 이상 수주를 겨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는 건 정책적·사업적 관점에서 봤을 때 모두 긍정적"이라며 "ESS 성장 등을 비롯한 (미국 내) 여러 기회 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 존재감을 키워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