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3사(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가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정된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시장에서 납기 대응력이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수주를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정해진 일정 안에 안정적인 품질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발주처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됐다.
문제는 전력기기 제조 공정 특성상 단순히 생산 속도만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력기기는 고객사와 설치 지역에 따라 규격과 사양이 달라지는 맞춤형 제품이다. 권선, 철심 적층, 본체 조립 등 주요 공정에서 숙련 인력의 수작업 비율도 높다. 생산 속도를 올리면 그만큼 미세한 오차나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작은 결함도 데이터센터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속도전은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생산능력 확충도 해법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생산라인을 증설하려면 설비 설치부터 시운전, 품질 검증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요소지만 늘어난 주문에 당장 대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는 해결책이다. 이에 기존 생산능력을 활용하면서도 납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창원공장에 생산관리시스템(MES)·사물인터넷(IoT) 기반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패드, 스캐너 등 IoT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MES가 공정별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품질·공정·설비 등을 관리하며 생산 속도와 효율을 높였다. 최근엔 그룹 차원에서 전사 인공지능 전환(AX)을 주도할 AI융합연구원을 신설했다. AI를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 배전캠퍼스를 중심으로 제조 현장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생산·물류·자재 관리 시스템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한 통합형 스마트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율주행 물류로봇(AMR)과 자동화 창고가 생산 일정에 맞춰 자재를 운반하고, 고성능 카메라 기반 비전 검사 시스템이 제품 조립 상태와 외관을 점검한다. AI 기반 수요예측 시스템도 도입해 판매 흐름과 시장 수요를 분석하고 생산계획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청주사업장에서 자동화·지능화 생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라인에 현장제어시스템(PLC)과 MES를 연계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생산성 개선과 품질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 용접·외관·소음 검사 시스템도 적용해 작업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품질 편차를 줄였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자체 디지털트윈 기반 공장 운영 시스템에 적용하는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생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주문이 급증하면서 우수한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며 "전력기기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조 현장에서의 AI 활용 영역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