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지난 7월20일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이후 우승 트로피 수여식에 나선 모습. /사진=로이터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전 세계 축구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에게 지분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내년 연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유착 관계가 부각돼 위기감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1일 공식 성명을 통해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는 지원이 가장 필요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회원국과 전 세계 축구 발전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시작부터 밝혔듯 과반의 회원국이 지지하고 FIFA 이사회 및 각 대륙 연맹 등과 협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의견을 경청한 결과 이 프로젝트가 당초 설정한 목표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을 정도의 분열을 일으켰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FIFA의 목적은 세계의 단결이다. 이에 따라 FIFA 지분 매각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프로젝트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당초 인판티노 회장은 중계권, 스폰서십, 티켓 판매 등 상업적 권한을 일임할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만들어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투자를 타진한 곳은 트럼프 대통령 사위 조슈아 쿠슈너가 이끄는 스라이브캐피털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트럼프 대통령 전화 한 통에 출전 정지된 미국 선수를 복귀시키는 등 두 사람의 유착 관계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월드컵의 역사적 가치를 사적 이익을 위해 팔아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폭주했다. 영국 매체 'BBC' 등은 "FIFA 케빈 라무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단체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는 인판티노 회장의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FIFA 수석 고문인 카를로스 코르데이로도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코르데이로 고문은 "이 제안은 분명 나쁜 거래이며 축구의 미래를 담보 잡히는 일"이라며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 거래를 왜 지금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대륙별 축구연맹의 반대도 거셌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AFC는 성명을 통해 "FIFA 월드컵의 유효성과 보편성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는 모든 제안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인판티노 회장의 계획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편 인판티노 회장은 내년 3번째 정식 임기 출마를 준비 중인데 당선시 2031년까지 재임하게 된다. 현재로선 인판티노 회장 단독 출마가 유력하지만 빅터 몬타글리아니 CONCACAF 회장과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 등도 잠룡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