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풍력 발전설비 이격거리 규제에 국가 차원의 상·하한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유니슨


정부가 풍력발전 이격거리 상·하한을 도입한 가운데 육상·해상풍력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육상풍력은 대형 터빈 설치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반면, 해상풍력은 관련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평가다. 해상풍력은 정부의 육성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재생에너지원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에 의해 다음 달 18일부터 풍력 발전설비 이격거리 규제에 국가 차원의 상한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방 정부가 주거지역으로부터 1500m, 도로로부터 500m 이내에서 풍력 발전설비 이격거리를 정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이번 기준은 전국에 같은 이격거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 지방 정부가 설정할 수 있는 규제의 상한을 정한 것이다.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보다 높게 이격거리를 규정한 지방 정부는 이를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 이내로 완화해야 한다.

그동안 풍력발전 설비 이격거리 기준은 지역별 편차가 컸다. 전국 228개 기초지방정부 중 129곳이 관련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격거리 기준은 최소 100m에서 최대 2000m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기준 마련을 통해 지역별 규제 차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격거리 하한을 발전설비 높이의 2배로 설정한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풍력설비가 대형화되는 추세인 만큼 설비 높이가 높아질수록 확보해야 하는 최소 이격거리 역시 늘어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육상풍력의 경우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한정적"이라며 "설비 높이에 따라 이격거리가 늘어나면 발전단지당 설치할 수 있는 풍력설비 수도 줄게 되고, 개발사와 터빈 제조사 등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 수용성을 둘러싼 갈등도 복잡해질 수 있다. 기존 이격거리가 1500m보다 짧았던 지역에서는 새 기준을 근거로 거리 확대를 요구할 수 있고, 1500m를 초과했던 지역에선 규제 완화에 대한 주민 반발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역과 주민마다 여건과 요구사항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실제 풍력단지 조성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제주한림해상풍력 전경. /사진=한국전력


육상풍력 개발에 걸림돌이 생기면서 주거·도로 이격거리에서 자유로운 해상풍력에도 시선이 모인다. 발전단지가 바다 위에 조성되는 만큼 터빈 대형화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월 해상풍력특별법 시행으로 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 체계까지 마련되면서 사업 불확실성을 낮출 제도적 기반도 갖춰졌다는 진단이다.

정부 역시 해상풍력 보급 확대 의지를 지속해서 내비치고 있어 향후 존재감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도 지난 4일 "해상풍력을 태양광과 함께 첨단산업 재생에너지 공급의 양대 축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프로젝트별 밀착관리와 정부 주도 계획 입지를 통한 사업 기간 단축 등으로 해상풍력 보급을 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