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KT서비스지부와 KT새노조는 25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양진원 기자


KT서비스남부가 현장 설치·사후서비스(AS) 기사들이 사용한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받은 지 약 8개월 만에 파손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청구했다. 반납 당시 기기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장비를 일괄 수거한 후 뒤늦게 최종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KT서비스지부(노조)에 따르면 KT서비스는 최근 제주지사 서귀포지점 직원들에게 '업무용 노트북 분실에 대한 급여공제 동의서'를 전달했다. 동의서에는 회사가 정한 배상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데 동의하고 이와 관련한 민·형사상 및 행정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노트북은 KT서비스남부가 2021년쯤 롯데렌탈에서 임대한 에이서 제품이다. 회사는 현장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해 고객의 인터넷·전화 개통과 AS 업무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

KT서비스는 2025년 11월 새 장비를 도입하면서 기존 노트북을 회수했다. 각 지점에서 수거한 노트북은 제주지사에 모아 박스에 포장한 뒤 롯데렌탈이 방문 수거했다. 반납 과정에서 회사와 렌털업체의 별도 검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 입회 아래 노트북 외관과 작동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고 반납 상태를 기록한 인수확인서나 사진도 남기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파손 여부나 수리비 관련 검수 결과도 고지하지 않았다.

회사는 반납 약 8개월 뒤 바닥면 파손은 9만원, 액정표시장치(LCD) 파손은 18만원으로 배상액을 책정했다. 서귀포지점 직원 7명이 비용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직원들은 노트북을 반납하기 직전까지 해당 장비로 개통과 AS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반납 이후 노트북의 포장·운송·보관은 회사와 렌털업체의 관리 영역으로 넘어갔다. 직원이 장비를 통제할 수 없었던 기간에 발견된 파손 비용이 별도의 원인 규명 없이 개인에게 부과된 셈이다. 반납 당시 검수 기록도 없어 사용 과정과 포장·운송·보관 과정 가운데 언제 손상이 발생했는지 입증할 자료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기업은 업무용 비품을 반납받을 때 시리얼번호와 외관·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인수 기록을 남긴다. 손상이 발견되면 정상적인 마모와 제품 결함, 사용자의 과실을 구분한 뒤 수리 또는 변상 여부를 결정한다. 장기간 사용한 장비는 감가상각과 잔존가치, 유지보수·보험 적용 여부 등을 배상액 산정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KT서비스는 이 같은 반납 검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렌털업체가 분류한 파손 항목과 비용만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업무 수행을 위해 수년간 사용한 장비의 자연스러운 마모와 파손을 구분한 자료나 개인별 과실을 입증할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급여공제 동의서 형식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실제 배상 사유는 바닥면과 LCD 파손인데도 문서 제목은 '노트북 분실'로 작성됐다. KT서비스지부는 "마치 사용자의 심각한 귀책사유 때문에 불가피하게 급여공제 동의서를 받는 것처럼 작성하고 실제로는 사용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생활 기스까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서비스남부 단체협약은 관계 법령에 따른 세금과 사회보험료, 노동조합비 등 정해진 항목 외에는 회사가 임금에서 금액을 공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조합원이 공제를 위임하거나 노사가 합의한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개인별 동의서를 받아 단체협약상 부당공제 금지 조항을 우회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은 임금 전액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사유가 있더라도 손해액을 월급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할 수 없다. 개별 동의가 있더라도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노무사는 "월급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전액 지급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명확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사용관리자의 책임으로 돌린 담당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현재 추진 중인 급여공제를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T 관계자는 "회사가 일부러 직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