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7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적립하는 미래대응기금 조성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 재정 통제가 약화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증대된 세수를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지 않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며 "잠재 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추가 세수를 적립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 장치다. 정부는 기금 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의 기금운용계획은 국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금운용계획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은 일정 범위에서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정부가 자체 변경할 수 있다. 비금융성 기금은 주요항목 지출금액의 20% 이하, 금융성 기금은 30% 이하가 해당한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는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 /사진=뉴스1


민주당은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조성 계획을 높게 평가했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은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이자 혁신적 재정장치"라며 "세입이 늘면 세수 증대분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지출 수준을 유지하고 세입이 줄면 쌓아둔 여유자금으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자의적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래대응기금은 다른 예산과 기금처럼 국가재정법과 국회법에 따른 통제와 규율을 받아 정부가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과감한 투자를 멀리하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에게 청구서를 떠넘기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보다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대응기금은 국회에서 동의받지 않아도 되는 사실상 정부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쌈짓돈"이라며 "운 좋게 추가 세수가 발생했으면 과거 발행했던 국채를 갚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추후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돈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