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대중문화평론가


여름 내내 여러 공연장을 돌고 돌았다. 특히 탈장르 음악, 무경계 무대 예술을 지향하는 여러 페스티벌이 있어 분주함조차 즐거웠다. 국립극장의 '2026 여우락 페스티벌'(7월 3일~25일),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 26'(7월 3일~9월 5일), 그리고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8월 12일~15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달력을 갈마들며 동분서주, 즐거운 움직임을 줬다.

여우락과 소리축제는 국악이 기반이다. 올해 여우락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민요와 대중가요를 휘휘 섞고, 미국의 블루스를 우리 판소리와 칭칭 얽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판을 벌였다. 이를테면 블루그래스 그룹 '컨트리공방'과 소리꾼 정윤형은 남도민요 '들국화'를 카터 패밀리의 'Wildwood flower'와 접목하거나 춘향가와 미국 민요 'Shady Grove'를 뒤섞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 셰이디~' 하고 눙쳤다.
소리축제에서 만난 무대도 '텐션'이 높았다. 베이스 가야금-쌍현 가야금-25현 가야금의 신묘한 가야금 트리오에 도전한 '오드리', 거문고의 다양한 주법에 론치 패드와 루프 스테이션을 가미해 시김새의 결로 벽지 바른 테크노 클럽을 연출한 황진아, 동해안 별신굿에 현란한 일렉트로니카를 얹어 미래적 접신의 신(scene)을 구축한 '블루찬트'….



싱크 넥스트는 포크와 록 음악, 현대 음악과 현대 무용, 서커스와 아방가르드 연극 등 무대 예술 전반을 조망하는 축제다. '천하제일탈공작소, baan'의 무대를 특히 잊을 수 없다. 전쟁터의 소리 풍경처럼 둔중하게 작열하는 밴드 '반(baan)'의 록, 헤비메탈 사운드 위로 무표정한 탈과 역동적 탈춤이 활개 치는 시청각 부조화. 그 자체가 역설적으로 기막힌 조화였다.

종합하면 'X'의 매력이다. 축제들의 공연 제목인 '상자루X안예은' '컨트리공방X정윤형' 등에 박힌 'X'. 이것은 물리적 조합인 더하기(+)를 넘어 두 음악가, 두 장르의 화학적 반응인 곱하기(X)를 주문한다. 이게 말처럼 쉽나. 각자의 판에서는 일당백인 이들도 낯선 분야를 만나 서로 지나치게 눈치 보거나 양보하다 보면 '1X1=1'만도 못한 '0.8X0.8=0.64'의 결과물이 나온다. 곱하기 협업은 그래서 위험천만하다. 과연, '곱하기' 공연 가운데는 기대에 못 미친 것들도 있었다.

그래도 바로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에 모든 'X'는 아름답다. 설렌다. 'X'는 아름다운 미지수이기도 하잖나. 가을엔 또 다른 '곱하기+미지수 축제'가 열린다. 10월 1일~4일, 전남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ACC XMF(엑스뮤직페스티벌)다. 여기에 출연할 미국의 세계적 타악 앙상블 '소 퍼커션' 멤버들을 얼마 전 미리 만났다. 화분, 깡통, 나무토막까지 두드려대며 '저 세상' 리듬을 만들어가는 괴짜들. 그들에게 물었다. 0.01초 만에 답을 내고 음악을 짓는 AI의 시대에 당신들의 'X'는 뭐냐고.



"비디오 게임에서 치트 키를 써 '만랩'이 되면, 과정이 쉬워져 결국 아무 재미도 느낄 수 없죠. 기이하고 무력한 전능함…. 그래서 불완전함도 중요합니다. 때로는 완전히 통제를 벗어난 괴상한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야말로 'X'죠. 관객들도 '과연 저 무대 위에서 1초 뒤에 무슨 미친 짓이 벌어질까?'를 기대하며 그 텐션을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며칠 뒤 샤워하다 문득 그 기괴한 리듬이 귓가를 맴돌아 곱씹어 보게 만드는 그런 미친 잔상…. 그런 게 진정한 'X' 아닐까요."

좋은 음악은 휴대전화 안에도 있다. 하지만 '위험한 음악'은 그밖에 있다. 여름이 끝나도 한동안 공연장 어귀를 떠돌 것 같다. 열병에라도 걸린 듯 'X 같은' 음악을 찾으려.

임희윤 대중문화평론가: 전 동아일보, 헤럴드경제 기자.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국립국악원 운영자문위원, YTN 시청자위원. 저서 '예술기: 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망작들 3: 당신이 음반을 낼 수 없는 이유',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총괄 기획 및 공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