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DMC)에서 광학식 3D 스캐너를 활용해 수치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지난 27일 오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노조와 사측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갈등은 회사가 다음달 1일 시행할 재택근무 변경 지침과 재택 오남용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팀장급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내 최대 자동차 연구소에서 임금도 고용도 아닌 재택근무 횟수와 근태 관리·감독을 놓고 다툼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2022년 도입한 주 2회 재택근무를 올해부터 주 1회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대상은 남양연구소에 그치지 않았다. 본사와 ICT본부, 연구개발본부의 연구개발 인력이 함께 포함됐다. 노조는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이라며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기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도입한 원격근무를 고정적 근로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법정에서는 회사가 이겼지만 갈등은 커졌다. 현대차가 문제로 규정한 것은 재택근무가 아니라 오남용이다. 핵심 근무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업무 접속을 최소화하다가 오전 6시나 오후 10시에 근무 기록을 남기는 사례, 매주 금요일을 재택으로 고정하는 사례가 지목됐다.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시절 방역을 위해 만든 한시적 배려였다. 시간이 지났다고 배려가 권리로 바뀌지는 않는다. 방역이 끝난 뒤에도 같은 형태로 남아야 할 이유도 없다.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쓰는 인원이 전체의 30%에 이르는 조직이라면 관리 필요성을 고민해볼 만하다. 개발 성과와 조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회사의 의무다.

테슬라는 2022년 5월 말 전 직원에게 주 40시간 사무실 근무를 통보하며 출근하지 않으면 퇴사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이 배터리 현장까지 번져 CATL의 '896' 논란을 낳았다. 과로사와 노동법 위반 시비가 뒤따르는 방식이라 본받을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남양연구소가 이들과 같은 시장에서 겨루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남양연구소 노조가 지켜야 할 것은 '주 2회'라는 재택 횟수가 아니라 연구직에 맞는 근무 설계다. 남양연구소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와 자율주행 인재를 놓고 완성차업체는 물론 빅테크와도 다퉈야 하는 조직이다. 그 조직이 오남용 지적과 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도 재택 횟수 유지에만 힘을 쏟고 있어 아쉽다. 물리적 충돌까지 벌이면 재택근무의 필요성을 주장할 근거마저 약해진다. 제도를 지키겠다는 행동이 오히려 제도를 없앨 이유를 만들어 줄 뿐이다.

회사가 잘한 것도 아니다. 축소를 먼저 하고 관리를 뒤에 붙인 순서가 노조에 폐지 수순이라는 해석의 빌미를 줬다. 재택근무는 복지가 아니다. 우수 연구인력을 붙잡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성과를 위해 확대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로 여길 일은 아니다. 직무별로 재택 가능 횟수를 달리해 운영한 뒤 개발 일정 준수율과 인력 유지율로 재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그날 남양연구소에서 벌어진 일이 몸싸움이 아니라 근무 설계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었어야 했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 자동차를 더 빨리 만들어내는지 따져보는 것이 남양연구소다운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