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복지부는 27일로 예성됐던 언론 대상 기초연금 개편안 브리핑을 무기한 연기했다. / 사진=뉴스1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연금 개편안을 27일 사전 브리핑하기로 했다가 발표 1시간 전에 취소했다. 그러면서 "개편안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취소됐으며, 향후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달 1일로 잡혔던 대국민 발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자, 고령층 유권자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금 개혁을 뒤로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될 예정이던 연금 개편안에는 '소득 하위 70% 이하'의 만 65세 이상 고령자로 돼 있는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중심으로 바꾸면서 단계적으로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국 모든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내년에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의 90%로 하향 조정하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핵심이었다. 소득과 자산을 반영한 올해 1인 가구 기초연금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기준으로 봤을 때 96% 수준이다.



수급 대상 축소로 발생하는 재원은 저소득층 노인에게 더 투텁게 지급해 하후상박(下厚上薄) 구조를 만든다는 게 복지부 계획이었다. 올해 35만 원인 지급액을 내년엔 중위소득 하위 20%는 38만 원, 하위 20∼40%는 35만9000원으로 높이고, 중위소득이 40%를 넘을 경우 35만 원으로 동결하는 방식이다. 또 지금은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각각 20%를 감액하지만, 내년부터는 중위소득 40% 이하 부부의 감액률을 10%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기초연금 개편 작업은 올해 3월 이 대통령이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본격화한 것이다. 그 후 복지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편안을 만들었고, 이번에 발표 예고까지 했다가 돌연 연기한 것인만큼 이유가 석연치 않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는 노령층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 하위 70% 이하'에 기초연금을 지급한 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부터다. 410만 명으로 출발한 수급자는 그 사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현재 약 780만 명으로 증가했다. 기초연금에 투입되는 연간 예산도 같은 기간 5조2000억 원에서 23조 원으로 4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국민 세금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도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빈곤층 노인들 생계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반면 경제사정이 나쁘다고 보기 힘든 노인들까지 기초연금을 받는 모순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덮어주면 속병은 갈수록 깊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기초연금 개혁을 미루는 건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