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에서 돌발 홍수가 발생한 뒤 진흙이 건물과 주변 지역을 뒤덮은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로이터=뉴스1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원인은 빙하 붕괴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후 온난화로 5천m 높이에서 떨어져 나간 빙하와 암반이 계곡 하류의 강을 막아, 물이 차오르다 쏟아지면서 결국 홍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빙하는 2000년 이전엔 연평균 34cm 줄었지만, 이후 해빙 속도가 2배로 빨라졌다.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홍수가 발생한 것은 온난화가 촉발한 재난으로부터 세상 어느 곳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네팔처럼 빙하에 직접 영향을 받는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온난화가 부르는 돌발 재난이 먼 나라 이야기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례 없는 기후 변화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거제 폭우의 경우 시간당 124mm의 호우가 내렸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내릴 비"라고 평가했다. 자주 접할 수 있는 강수량은 아니라는 취지다. 문제는 이런 이례적 폭우가 갈수록 잦아진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15번을 기록했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후의 일상화는 현재의 방재 기준과 시설이 안전한지 돌아보게 한다. 댐과 하천, 하수 체계 등 국가의 기반 시설은 일정한 확률의 강우와 홍수 가능성을 고려해 설계한다. 문제는 확률의 토대가 과거의 기상 통계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극한 호우의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강수량이 늘어날 경우 기존 시설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내리는 폭우와 홍수만 문제가 아니다. 그린피스는 그린란드 빙하가 계속 녹으면 25년 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320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고, 인천공항이 잠길 수 있다고 했다. 가볍게 넘길 경고가 아니다.

환경 당국은 1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극한 호우가 25년 뒤에는 4년에 한 번 닥칠 수 있다고 본다. 100년 기준에 맞춰 설계한 댐과 제방의 안전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수자원공사가 전국 37개 댐이 견뎌야 할 최대 강수량을 20여년 만에 다시 계산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강릉 지역 댐이 붕괴해 피해가 발생한 뒤 설계 기준을 강화했지만, 최근 극한 호우가 빈발해 일부 댐의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마침 정부가 지천 댐(충남 청양·부여), 아미천 댐(경기 연천) 등 5곳에 '기후 대응 댐'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댐에도 100년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후가 달라졌는데 과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충분한 안전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부터 면밀히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특히 지천 댐을 지을 지역에선 수몰 우려 등으로 주민 반발이 여전한 만큼, 방재의 과학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댐만 문제가 아니다. 도심 하수 시설, 지하 차도 등도 과거 통계가 아니라 현재의 이상기후를 반영한 설계가 필수여야 한다. 기후는 이미 바뀌었는데 방재 기준만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