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남산 곤돌라는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부 832m를 약 3분만에 연결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60여년 이어진 남산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개선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공사는 2024년 8월 착공했지만, 기존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과의 법적 분쟁으로 중단됐다. /사진=조현호 기자


서울 남산 케이블카의 고질적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이 2년째 중단돼 있다. 60년 넘게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 온 민간 업체 한국삭도공업㈜과의 법적 분쟁 때문이다. 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변경한 조치가 공원녹지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9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남산공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내외국인을 합쳐 1192만 명이 남산공원을 찾았다. 2019년 982만 명에서 6년 새 21% 증가한 규모다. 최근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남산공원이 등장한 것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산을 오가는 케이블카는 이미 포화 상태다. 이용객은 2005년 41만7000명에서 지난해 170만 명으로 20년 새 4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1962년 개통 당시 20인승이던 캐빈이 48인승으로 커졌을 뿐, 단 두 대가 한 선로를 오가는 운영 방식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탑승을 위해 1∼2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장애인과 노약자, 유모차 이용객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대표 관광시설이라기에는 접근성과 서비스 수준 모두 낙후돼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을 연결해 시간당 2000명 이상을 나를 수 있는 친환경 공공 곤돌라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 자체가 발이 묶였다. 이 업체는 연간 약 200억 원의 매출과 수십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국유지 사용료는 연간 1억 원 안팎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재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업체는 1961년 군사쿠데타 직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3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허가에 유효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기한 독점'이 60년 넘게 지속된 것이다. 행정의 허점을 등에 업은 채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을 키우고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까지 가로막는 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심 판결의 쟁점은 곤돌라 철탑의 높이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건축물 높이 제한인 12m를 넘자 서울시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해당 부지를 구역에서 해제한 조치가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법정 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우회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업체 측의 소송 제기 의도가 명확한 상황에서 1심 법원이 공공성 측면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협소하게 법조문을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항소심에서 도시관리계획 변경의 적법성과 곤돌라 사업의 공익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현행 공원녹지법 시행령의 미비점을 보완해 사업의 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다질 필요가 있다. 소송 결과와 별개로 60년 넘게 이어진 독점 운영의 적정성과 국유재산 사용 조건도 전면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다. 남산은 특정 업체의 수익 기반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공공재이자 서울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