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외이에 주둔한 미군 제2 다영역 특임단이 국제해군훈련인 2024년 림팩(RIMPAC:환태평양훈련)에서 해상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한반도가 미래전쟁 억제전술의 하나인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 MDO)'의 실행지로 부각되고 있다. 미군이 독일에 주둔하던 '다영역 특임단(MDTF)' 전력 일부를 한반도로 이동 배치하는 방안을 한국 측과 협의하면서다.
미군 MDTF의 한반도 전개는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알려졌다. 이 보도는 한·미·일이 이달 9~11일 첫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제주 동남방에서 실시하기로 한 상황에서 전해져 다영역 작전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국방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21일 우리 군의 다영역 작전을 담당할 '다영역작전부'를 합동참모본부에 신설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합참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합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해 최근 전장의 양상이 우주·사이버·전자기는 물론 인지전의 영역까지 넓어진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다영역작전부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독일의 미 유럽아프리카 사령부 산하 제2 다영역 특임단의 장병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전자기…다영역 군사작전으로 북핵·미사일 대응>
다영역작전이란 기존의 지상·해상·공중에 더해 우주·사이버·전자기스펙트럼 등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활용해 교차영역 시너지를 확보함으로써 적을 더욱 효과적으로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미군 '다영역 특임단'의 한반도 전개는 당연히 북한 도발의 억제에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전망이다.
문제는 미군 MDTF가 한반도로 옮겨 작전을 펼치게 되면 그동안 북한 도발 대응에 국한됐던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화·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군 MDTF은 중국·러시아가 해상을 중심으로 펼쳐온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군사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한 억제 전술의 핵심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 MDTF의 배치는 한반도가 대중국 견제선의 최전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 배치를 자국에 대한 미국의 공세적 위협으로 간주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제2의 '사드 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 유도미사일 구축함 하얼빈함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퍼블릭 도메인


<미군 다영역작전은 중국·러시아 해상작전 견제 위해 출발>
이는 중국·러시아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성격과 미군 MDTF의 임무를 살펴보면 파악할 수 있다. A2/AD 중에서 A2, 즉 반접근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한 적의 군사 전력이 본토나 특정 작전구역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먼 거리에서부터 차단하는 군사전략이다. AD, 즉 지역거부는 적이 반접근의 차단선을 뚫고 특정 작전구역 내로 진입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기동하거나 작전 수행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저지하는 단거리 작전 능력을 가리킨다.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러시아는 발트해와 흑해를 각각 자신들의 영향권에 두고 서방의 접근을 막을 목적으로 A2/AD 전략을 다듬어왔다. 이란도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그리고 오만만 등을 영향권으로 두고 미국 등의 접근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개념을 적용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각국은 반접근을 위해선 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장거리 공격기, 공격용 잠수함 등의 무기체계를 배치해왔다. 지역거부를 위해서는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해안포, 해상 기뢰와 전자전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 등이 끊임없이 미사일 발사와 군사훈련을 하는 이유다.

미 육군의 다영역 특임단이 운용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사진=미 육군.


<중, 반접근·지역거부 위해 미사일, 잠수함 등 전력 투자>
중국·러시아의 A2/AD가 묵직한 무기로 이뤄진 방패라면 미국의 MDTF는 첨단군사과학으로 무장한 창에 해당한다. 미국은 F-35 전투기 등 스텔스 플랫폼과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 전자 교란 자산 활용, 전력 분산 배치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A2/AD 네트워크에 대응하려고 시도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2017년부터 첨단군사과학을 융합한 MDTF를 하나씩 결성해 실전에 배치해왔다.
미국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이 MDTF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러시아의 A2/AD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대응 기조를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군은 2017년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 2021년 독일의 유럽 다영역사령부, 2022년 미국 하와이주 포트 샤프터에 각각 하나씩 모두 3개의 여단급 '다영역 특임단(MDTF)'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각 MDTF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다영역 효과 대대(MDEB)', '장거리 화력 대대(LRFB)', '통합 화력 방어 중대(IFPC)' , '여단지원대대(BSB)'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한국에는 독일에 주둔한 유럽·아프리카군 산하 MDTF의 '다영역 효과 대대'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 다영역 특임대 장병이 정보 수집을 위해 운용하는 고고도 풍선을 띄우고 있다. /사진=미 육군


<미군 다영역 효과대대, 첨단군사과학 집약체>
다영역 효과 대대는 현대 첨단군사과학이 총집결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대대는 신호정보·군사정보·우주통제·확장거리 표적탐지·정보우위전 등을 담당하는 팀으로 이뤄진다.
확장거리 표적탐지팀은 장거리 정찰·감시·표적식별 및 전자전 임무를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장기체공 무인기(UAS), 고고도 정찰 풍선, 전자전 등 장비를 활용해 심층 정찰을 실시한다. 그런 다음 적의 핵심전력을 정밀 타격해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를 생산해 '장거리 화력대대(LRFB)'에 제공한다. 화력대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 미사일·드론·포병 등의 지휘통제센터는 적에 대한 초정밀 공격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정보 우위팀의 임무는 정보·사이버공간·맥락정보·전자시스템을 통합 활용해 적에 대한 결정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육해공과 우주 등에서 입체적으로 확보한 정보를 적에 대응하는 무기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정보를 전투 지원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각종 데이터와 전자제어 장치를 사용해 적의 레이터와 공격용·방어용 무기시스템을 교란·기만·파괴한다. 아군의 통신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적이 우리의 작전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게 임무다.

2024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이 미국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대공무인표적기를 향해 SM-2 함대공유도탄 실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영역시대 진입, 한반도 안보의 공고화와 지정학적 가치 격상 계기로>
아울러 기상학·해양학·우주과학·정보학을 결합해 물리적·가상적 환경을 파악함으로써 전장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적의 대함·대지·대공 미사일에 대한 방공망을 확보하고 수상함·잠수함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기동을 마비시킨다. 여기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에 필요한 데이터도 포함된다. 정보 우위팀으로부터 이런 정보와 데이터를 확보한 '통합 화력 방어 중대(IFPC)'는 다영역에서 방공망의 효율을 극대화하게 된다.

이처럼 다영역 효과 대대는 규모는 대대급이지만, 능력은 초정밀 전쟁 하나를 치를 수 있을 정도다. MDTF 산하 다영역효과 대대의 배치가 한반도 안보의 공고화와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인 이유다. 문제는 이에 대한 외교적 과제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며 우리 자위력을 높이는 게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