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대책인 '9·7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주택공급 방식을 '민간 주도'에서 '공공 주도'로 바꿔 수도권에 연평균 27만 채씩, 총 135만 채를 현 정부 내에 공급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그래도 집값이 계속 들썩이자 한 달여 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을 옥죄는 '10·15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상승'이 계속되면서 공급과 수요억제, 어느 쪽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7월 착공한 아파트는 수도권 약 7만8000채, 서울 1만9500채로 정부 연간 목표치의 29% 수준이다. 내년 입주 물량도 올해보다 15% 감소한 1만6500채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입주 가뭄이 3∼4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1월 셋째 주 이후 85주 연속 올랐는데, 역대 최장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와 동일한 기록이다. 지난 85주 간 누적 상승률은 16.9%로 문 정부 시절 동일기간 상승률 7.7%의 2배가 넘는다.
1년 전 정부는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LH가 직접 시행까지 맡도록 했다. 그래도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올해 1월엔 도심 유휴부지에 6만 채를 짓는 '1·29 대책'을, 8월엔 서울·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23만 채를 더 공급하는 내용의 '8·13 대책'까지 내놨다. 그러나 공급 방안 중 다수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인식만 강화시키고 있다.
수요를 억누르는 대책에 대한 반발도 커지는 중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더 물리는 '8·3 세제 개편안'은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차기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 매입한 경기 과천시 아파트를 16년 넘게 '비거주 1주택' 상태로 보유했다. 부동산 정책을 이끌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등 5억 원을 '영끌'해 10억 원대 집을 사 4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법제처장은 지난해 대학원생 딸이 경기 성남시 아파트를 '비거주 갭투자'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7억 원 이상을 증여했다.
1년 전 내놓은 대책이 아직도 헛바퀴만 돌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존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급방식을 바꿔야 한다. 인력도, 재원도 한계가 뚜렷한 LH에 수도권 아파트 시행을 모두 맡기는 방식은 서둘러 재고할 필요가 있다. 주택 수 증가에 도움만 된다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 민간의 공급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급 가뭄을 풀 과감한 정책전환 없이 이미 불붙은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달래긴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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