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 청사에서 적극적 재정 지출 방안이 포함된 2027년도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민 부담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빠르게 늘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는 올해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30년 1312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적자성 채무란 상환에 사용할 자산이 따로 없는 빚을 말한다. 회수할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다.

적자성 채무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는 국가 채무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그런데 정부는 매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해당 수치를 담아오다가, 올해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획처는 양식이 새로 바뀌면서 관련 내용이 빠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06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수록한 중요 지표를 단순히 양식 변경을 이유로 빠뜨릴 내용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당장의 채무 축소보다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의 성장산업 투자에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역시 생산적 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적자성 채무 관리에도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적자성 나랏빚이 증가할수록 향후 국민의 세금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해당 채무가 국민 부담과 직결된다며, 구체적인 관리 목표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고령화로 연금, 의료 같은 재정 지출도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미래의 재정 여력을 확보하려면 적자성 나랏빚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해 전체 국가채무의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도 눈에 띈다. 적자성 채무가 전체 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72%에 달하고, 2030년에는 7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어떤 빚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채무 관리는 정확한 전망과 투명한 공개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정'을 강조하려면, 그에 따르는 비용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게 맞다. 재정에 대한 신뢰는 불편한 숫자까지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데서 시작한다. 쓸 때는 필요한 곳에 쓰더라도, 그에 따른 채무 위험을 명확히 알리면서 철저한 관리까지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