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했다./사진=뉴시스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핵심 기관들의 수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우려가 크다. 오는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중수청은 7대 범죄 수사를 맡고, 공소청은 기소를 담당한다. 통상적인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법무부 장관, 공소청장, 중대범죄수사청장, 경찰청장이 동시에 공석인 상태에서 새 제도를 시행할 수도 있다. 제도 시행 후에는 기관마다 역할과 업무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사건 이관과 인력 재배치가 필수적이고, 수장들 간 원활한 업무 조정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수뇌부 공백으로 시행 초기부터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는 공소청 직제와 인력 배치를 확정해야 하지만, 김승원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음 달 초까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공소청장의 경우 후보추천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발에 따라 대통령 지시로 추가 검증이 진행 중이다. 현재 속도로는 개청 전까지 인선을 끝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검찰의 사건을 넘겨받을 경찰청장 자리도 21개월째 공석이다.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 핵심 지휘부가 줄줄이 공석인 상황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방침을 확정한 것이 1년 전인데도 아직 핵심 인선조차 완료하지 못했다. 부족했던 준비를 지금 만회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그렇다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우선 중수청과 경찰, 공소청 사이에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일을 막기 위한 '비상 플랜'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 기관별 직무대행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기관 간 이견이 생겼을 때 신속히 조정할 협의체의 조직과 운영 방식도 구체화해야 한다. 고소인과 피해자 등에게 자신의 사건이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신속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과의 정치적 친소 관계나 진영의 관점을 떠나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 정착에 필요한 전문성과 조직 운영 역량을 인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 풀을 넓혀 검찰과 법원,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보자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여권도 개혁에 대한 입장이나 과거 행적만으로 인선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개혁에 찬성했느냐가 아니라 당면한 과제를 적절히 수행할 자질과 의지를 갖췄느냐는 점이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목표는 새 조직의 간판을 다는 데 있지 않다. 지난 1년이 개편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년은 그 성패를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선의 기준은 역량에 두되,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