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1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에 위치한 구미 하이테크밸리 2단계 사업 현장에서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오른쪽)이 폭염 대비 근로자 보호 대책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차기 수장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공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연이어 수장에 오르면서 인선 투명성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AI 시대 수자원공사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고루 갖춘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차기 사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윤석대 사장 임기 종료(6월 18일) 시점에 맞춰 지난 6월 10일 신임 사장 후보자 공모 공고를 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1차 공모 결과 총 5명이 최종 후보로 압축됐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인사 검증 절차에서 전원 탈락했다. 이후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2차 사장 초빙 공고를 진행한 상태다.



그동안 수자원공사 사장 인선 과정에 잡음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인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30년간 일부 사장을 둘러싼 보은성 인사·낙하산 논란이 되풀이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중근 제9대 사장, 고석구 제10대 사장, 이학수 제14대 사장 등 내부 출신이 수장에 오른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부에서 영입됐다. 일부 인사를 두고 정치권과의 관계나 선임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수장인 윤석대(16대) 사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토목·건설·수자원 경력 없이 사장에 선임되면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 사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자본시장 IT 기업 코스콤에서 전무를 지냈다. 이후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비서실 정책위원을 맡았다.

역대 사장 중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태형 7대 사장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민정당 경제전문위원과 민자당 정책기획국장 등을 거친 정치권 인사다. 임정규 8대 사장 역시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뒤 수장에 올랐다.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특보를 시작으로 민자당 정책위원회 민원실 부실장, 신한국당 부대변인 등을 지냈다.



전문성이 있더라도 정치권 영향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박재현 15대 사장은 수자원 전문가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았으나 취임 당시 친문재인 정부 성향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박 전 사장은 인제대 교수 시절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해왔으며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 보 해체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처리 방안에 힘을 보탠 덕에 선임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선에 혼선을 빚었던 시기도 있다. 최계운 13대 사장은 지난 2016년 12월 임기를 약 6개월 남겨두고 돌연 퇴임했다. 당시 사업 저변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설과 함께 정치권 인사가 후임으로 내정돼 조기 퇴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AI 시대 수자원공사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향후 낙하산 인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올라서다. 반도체 생산에는 대규모 산업용수가 필수적이고 AI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을 위한 용수 인프라가 중요하다. 이에 관련 사업을 지휘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수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후임 사장 인선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인선 시기는 향후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