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 전시회 'IFA 2026'에서 AI홈을 선보인 가운데 모델들이 LG 씽큐를 통해 집 안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전력 사용 현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LG전자


LG그룹과 애플의 협력 관계가 인공지능(AI)홈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오랜 거래를 통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LG그룹은 애플의 방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애플은 LG그룹의 가전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뉴욕에서 애플과 공동 개발한 AI홈 기기 7종을 공개했다. 실내 카메라와 실외 카메라 2종, 도어벨, 도어락, 온도 조절기, 온도 센서 등 보안·출입·냉난방을 관리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로 애플이 디자인과 기능 개발을, LG전자가 생산·판매와 고객 지원을 맡는다. LG전자 브랜드로 판매되며 '씽큐' 앱과 애플의 '홈' 앱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오는 12월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순차 출시되며 일부 제품은 내년 초 판매된다. 카메라·도어벨은 영국에서도 출시된다.



그간 양사의 협력은 제조 분야에 집중됐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에 각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 OLED 사업을 확대했고,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사업을 핵심 매출원으로 키웠다. 애플 역시 양사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양사 협력 관계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양사는 AI홈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각 사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AI홈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씽큐와 AI홈 허브 '씽큐 온'을 중심으로 가전과 각종 IoT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개별 가전제품 판매를 넘어 집 안 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AI홈은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집 안 기기를 상황에 맞게 제어하는 서비스다. AI홈에서 스마트폰은 이용자가 외부에서 기기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도록 돕는 주요 수단이다. LG전자는 자체 스마트폰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 않기에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외부 모바일 플랫폼과의 협력이 필요했다.

애플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파트너다.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애플의 활성 기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포함해 25억 대를 넘어선다. LG그룹은 이번 협력으로 애플 제품 이용자까지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애플에도 LG그룹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애플은 모바일 중심의 사업 영역을 주거 공간으로 넓히고 있다. 이미 스마트홈 플랫폼 '애플 홈'과 스마트 스피커 '홈팟'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체 제품만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애플은 이 행사에서 스마트홈 허브 '홈뷰'와 '홈팟 미니2'도 함께 공개했다.

LG그룹은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폭넓은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오랜 가전 사업을 통해 주거 공간에 대한 이해와 제품 개발·제조 역량을 축적해 왔다. LG전자가 한국 이외 지역에서 스마트 도어락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이번 협력을 통해 자사 플랫폼 적용 범위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스마트홈 기기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