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구성원들이 외항부두 저장탱크지역에서 배관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중동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부족으로 국내 정유업계의 3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석유제품 수출 제한과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수익성 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담합 의혹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개선의 기쁨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3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5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석유제품 수급 불균형이 있다. 분쟁 여파로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경유와 휘발유 등 주요 제품의 공급이 빠듯해졌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정제마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유를 사들인 뒤 제품을 판매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이 재고 관련 이익으로 연결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본사 피습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4분기에도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곧바로 정유사의 수익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원유 조달 비용과 수요 변화, 국내 가격 규제 등 여러 변수가 실제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수출 제한은 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국내 공급 안정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전년 동월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해외에서 경유 등 제품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는 구조다.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추가 판매 기회가 정책 상한에 막히는 셈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부담으로 꼽힌다. 국제 가격과 국내 공급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정유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지만, 이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고 얼마나 보전할지를 놓고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국내 공급가격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전 기준과 재원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 시행이 길어질수록 손실 누적과 정산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가격 담합 의혹을 둘러싼 당국의 조사와 사법 절차까지 겹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심의 절차에 들어갔으며, 검찰 기소에 따른 재판도 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관련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과징금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과 담합 의혹을 둘러싼 질타가 이어졌다. 업계가 국제 정세에 따른 원가·수급 변동과 정부 정책의 영향을 호소하더라도, 소비자 부담과 가격 결정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해진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