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 1(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을 임명한 것을 놓고 몇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 교수 출신 국세청장이 대통령 정책실장에 기용된 적은 있지만, 세무 관료 출신 국세청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직행한 것은 처음이다. 임 실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차장,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이재명 정부 첫 국세청장으로 발탁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숙고 끝에 아주 좋은 인선이 됐다"고 평가했지만, 여권 내에서도 의외의 인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전임 강훈식 비서실장 사의 표명 이후 국정 운영의 인적 쇄신과 심기일전이 요구되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임 실장은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사회를 효과적으로 통솔하고 정책을 치밀하게 집행하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정 과제의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고 민생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실무형 지원 체계를 갖추는 데는 적임자일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장 출신 비서실장' 임명이 국민에게 '쇄신 인사'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임 실장의 처남인 이승엽 변호사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던 인연도 뒷말을 낳고 있다. 결국 자신이 믿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비서실장은 단지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비서'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 국정의 핵심 조율자이자 대통령과 민심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며 인사와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의 특성상 정치적 무게감도 상당하다. 과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무총리, 여당 대표와 함께 '여권 빅3'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인선을 앞두고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이유다.

집권 중반 이후 더욱 격렬해지는 여야 대치와 이해당사자 간 복잡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려면 정무적 감각과 직언 능력이 필수적이다. '실무형' 임 실장이 외교·안보까지 아우르는 수많은 국정 과제를 원활하게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다. 비서실장의 역할이 행정적·실무적 지원에 치우친다면 청와대가 수직적 집행 구조에 매몰되거나 민심과의 소통 창구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



각종 국정 난제와 여권 내 갈등 속에 최근 대통령 지지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뜻을 차질 없이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통령의 시야를 넓히고 잘못된 판단에는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 중반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자리다. 임 실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놓치고 있는 문제가 없는지 민심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누구도 하기 어려운 직언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보다 들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비서실장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