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성평등가족부 등 중앙행정기관 44곳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을 13일 발표했다. 사진은 경기 과천시 정부 청사 모습/뉴스1


"싫으면 나가라."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집회 기사에 달린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작 자기 일이 되면 사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근무지를 옮기는 일은 나 혼자만 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의 학교, 주거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직원들의 반발을 개인의 불평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9월 이전 추진 방향이 발표되고 이달 세부 계획이 나온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따라 내년에는 27개 기관의 공무원 정원 기준 2995명 규모 인력이 세종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나머지 17개 기관도 청사를 지어 2031년까지 이전하면 대상은 모두 44개 기관, 9929명에 이른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기혼 직원 중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이들은 10명 중 4명에 달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미친 직접적 영향이다. 일부 기관은 이전 후에도 수도권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해야 했다.

직장과 생활권 업무자체의 불편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예컨대 내년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경제부처들과의 협의는 쉬워지더라도 금융사와 시장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과의 거리는 멀어진다. 감독 집행을 맡는 금융감독원과의 협의도 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권 연쇄 해킹 사고 직후 금융위는 즉각 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대책을 모색했지만 향후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도 이번 같은 기민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지금의 지방 이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 기관이 어디로 가는 지에만 쏠린 것 같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실질적 정착, 행정의 효율성 유지 여부가 아닐까. 지역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기관들과 함께 옮겨가는 사람, 그리고 기회다. 이전 대상과 일정을 정하는 일 못지않게 그 이후의 변화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방 이전 성적표는 짐 푼 뒤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