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출하한 HBM4E 12단 제품 모습.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 적용으로 공정 안정성과 양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주 나란히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양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85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실적 발표가 증시를 짓누르는 AI 거품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8일, 삼성전자는 29일 각각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은 기록적인 이익 규모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주가 반등 여부에 쏠려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98조2257억원, 영업이익 76조9640억원이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쓰게 된다. 고수익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달 8일 잠정 실적을 통해 3분기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오는 29일 확정 실적 발표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구체적인 성적과 사업별 수익성이 공개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이 11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오르면서 메모리 사업 전반의 수익성이 급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얼마나 확대됐는지와 파운드리 사업의 손실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양사의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배경은 메모리 수급 환경 변화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연산 수요가 늘면서 고성능 메모리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반 서버와 PC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하면서 AI용 제품에 집중됐던 호황이 메모리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공급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되면서 매출 증가뿐 아니라 이익률 개선 효과도 커졌다는 평가다.

업계의 시선은 양사의 실적이 그동안 억눌려있던 주가를 반등시키는 기회로 작용할지 주목한다. 앞서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공개한 이후에도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 21만3500원으로 최고가인 36만2500원 대비 41.10% 급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91만9000원에서 126만3000원으로 56.7% 떨어졌다.

시장을 압박하는 대표적인 변수는 AI 거품론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메모리 수요와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고금리와 투자비 회수 부담 역시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과 낙관적인 업황 전망이 확인된다면 AI 거품론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의 높은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수요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 발표의 관건은 기록적인 숫자 자체보다 호황의 지속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라며 "양사가 4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과 공급 전망, HBM 수요, 내년 생산 및 투자 계획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