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보통 미국, 유럽, 아시아 나라들보다 인도를 잘 모른다. 아카데미수상작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가 그리는 모습 정도다. 그런데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600개가 넘는다. 누적 투자액도 2025년 말 102.9억 달러였고 같은 해 교역액도 약 256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2026년 들어서 한국과 인도의 경제협력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POSCO와 인도 JSW의 대규모 철강 프로젝트다. 조선도 양국간 핵심 협력 의제다. 방산, 금융, IT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져야 할 것이다.
양국간에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도 상당한 규모로 진행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첸나이 인근에 대규모 생산거점과 생활가전 공장이 있고 뉴델리 인근에도 공장을 둔다. LG전자는 인도를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닌 생산, R&D, B2B까지 갖춘 현지 사업 거점으로 발전시켰다.
인도 4대 도시 첸나이는 벵골만에 연해 있다. 1639년 영국 동인도회사가 세웠던 첫번째 요새 포트 세인트 조지(Fort St. George)가 있는데 항만이 확장되면서 마드라스가 되었다. 같은 이름 매운 커리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도시다. 인구 1천만이 넘는다. 애플의 조립 외주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첸나이에 인도 최초의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첸나이는 이제 '인도의 디트로이트'로도 불린다. 우리로 치면 울산이다. 현대차와 닛산이 공장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첸나이 외에도 푸네에 생산공장, 하이데라바드에 연구소를 둔다. 현대차가 인도에 진출한 것은 1996년이었는데 소형 승용차 산트로에서 시작해 2021년에 누적 생산 1천만 대를 돌파했다. 같은 해 뉴델리 인근 신도시 구루그람에 인도법인 본사 신사옥도 준공했다. 인도 진출 30년인 2026년 1분기까지 현대, 기아 합해서 누적 판매량 11,066,295대를 기록했다. 초기의 소형차 중심에서 벗어나 해치백, 세단, SUV, 전기차로 라인업도 확대되었다. 9개 차종이다. 특히 크레타는 인도 국민차로 불린다. 최근에는 아이오닉5 전기차가 인기 상승 중이다. 새 공장인 푸네공장은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은 글로벌 3위의 자동차 내수 시장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마루티 스즈키, 타타 모터스에 이어 3위다. 타타 모터스는 재규어 랜드로버 브랜드를 보유한다. 시장 점유율은 마루티 스즈키가 40%를 넘고 현대차와 타타 모터스가 15% 수준에서 경합하고 있다. 2026년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2030년까지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26종의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얼마 전 정의선 회장은 모디 총리를 만나 7년간 21조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중국은 인도에서 큰 존재감이 없다. 인도와의 국경분쟁으로 대대손손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현대-기아와 경쟁할 형편이 못된다. 인도는 중국 기업의 인도 내 투자를 제한하고 중국 물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공장 건설이나 수출이 사실상 막혀있다. 설사 그 문제들이 없다고 해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 맞춘 모델을 주로 생산하고 있어서 맞춤형의 저가, 소형차 비중이 큰 인도 시장은 중국과는 좀 먼 곳이다.
인도의 인구는 2023년 중국을 넘어서서 15억을 향해 가고 있다. 비교적 젊은 인구다. 소득 격차가 큰 것이 문제지만 경제는 연평균 7%대로 성장하고 있다. 식량도 자급한다. 만성적인 물 부족과 거친 자연환경, 질병 등 어려운 점이 아직 많기는 하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여서 사용 언어도 2,138개다. 사람이 인도의 가장 큰 자산이다. MS와 IBM 등 다수 글로벌 기술기업이 인도에서 인력을 조달한다. 구글의 피차이, MS의 나델라 모두 인도 출신들이다. ISRO라는 우주개발기구도 달 탐사에 열심이다. 2023년에 러시아와 경쟁에서 이기면서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했는데 전 인도가 환호했다.
현대차는 진출 26년만인 2024년 10월에 지분 17.5% 공모로 뭄바이에서 기업을 공개했다. NSE(국립증권거래소)와 BSE(봄베이증권거래소) 양쪽에서 인도 증시 사상 최대인 33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가 성공했다.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인도 외 80여 개국으로도 수출된다. 글로벌 생산 거점인 셈이다. 지금까지 350만 대가 넘게 수출되었다. 인도를 거점으로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도 기대된다.
필자가 어릴 때 서울 시내 길 곳곳에 '인도로 가시오'라는 안내 판이 있었다. 한 인도사람이 TV에 나와서 서울시가 왜 시민들을 자기나라로 가라고 하는지 어리둥절했다고 농담을 했다. 도로 정비가 허술한 곳이 많아서 보행자들이 인도와 차도 구별 없이 다니던 시절이다. 이제 원래 의미로 인도로 가야겠다.
김화진 고문은 회사법·자본시장법과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권위자다. 독일 뮌헨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지냈다.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삼성증권 이사회 의장, 현대모비스 선임독립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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