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하루빨리 구축하기 위해 전력망 체계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챗GPT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추진하는 가운데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기본요금과 공급계획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이 설비투자와 가동 일정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전력망 접속에 필요한 기술기준도 조속히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시)은 26일 AI 데이터센터(AIDC)의 초기 가동 부담과 전력 공급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에 촉구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준공 직후 모든 설비를 가동하기보다 서버 도입과 고객 확보에 맞춰 전력 사용을 늘리기도 한다. 이처럼 가동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램프업' 과정에서는 초기 전력 수요가 최종적으로 필요한 용량보다 작을 수 있다.

어 의원이 지적한 쟁점은 기본요금 산정 방식이다. 최대수요전력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계산하는 고객에게는 계약전력의 30%를 하한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전력을 미리 계약한 데이터센터는 초기 최대수요가 하한보다 낮아도 계약전력의 30%에 해당하는 용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기본요금은 전력 공급설비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다만 어 의원은 한전의 설비도 단계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사업자의 가동계획과 한전의 투자 일정을 함께 검토해 초기 부담과 공급 비용을 합리적으로 나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사업자가 서버 도입 및 전력 사용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을 담보하는 조건으로 램프업 기간에는 실질적인 최대수요를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확보한 전력 용량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의 책임도 함께 정해 전력망 용량 선점과 비용 전가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전력망 접속·운영 기준인 '그리드코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과제도 제시했다. 그리드코드는 대규모 전력 수요 변동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데이터센터와 주변 전기사용자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요건이다.

기후부는 지난 8월 27일 AIDC 연구회 첫 회의를 열고 국내 전력계통 여건을 반영한 그리드코드를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회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설비 구성과 전력 수요 유형을 분석하고 전력사용효율(PUE)도 검토하기로 했다.

어 의원은 기업이 설계와 투자 단계부터 기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요구 성능과 적용 대상, 시행 시점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적용을 배제하거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는 등 경과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를 전력망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은 데이터센터의 비상전원 기능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인센티브 방식으로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필요한 성능과 비용 부담을 사전에 정해 설비 변경에 따른 혼선과 일정 지연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 의원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겠다면 기업이 언제, 어떤 조건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부터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반영해 기본요금과 공급계획을 설계하고, 전력망 접속 기준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속히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송변전설비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에 대한 대책도 요구했다. 계획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과 지역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 의원은 "지역이 전력 공급의 부담만 떠안지 않고 일자리와 생활환경 개선 등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