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예기치 않게 찾아온 기록적인 폭설을 바라보면서, 바로 1년여 전에 예기치 않게 찾아왔던 기록적인 금융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번 대폭설과 지난번 금융위기 사이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1) 100년 만의 사태였다


서울에 1월4일 내린 25.8cm의 눈은 1907년 이래 최대의 폭설로서 100년 만의 폭설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적설량 관측이 시작된 1937년 이후의 자료로도 최고의 기록입니다. 바로 직전 기록인 1969년 1월28일의 25.6cm를 넘어선 것입니다.

 

2008년 말 금융위기도 100년 만의 최대 금융위기라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명 언론기관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진단했었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공황 때보다 오히려 심각한 금융위기라고 했습니다.


(2) 슈퍼컴퓨터도 예상을 하지 못했다

 

기상예측을 위해 500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사용한지 6년이 됐지만 이번 폭설은 슈퍼컴퓨터를 통해서도 예측되지 못했습니다. 작년 8월에는 대통령보다 높은 연봉(3억2500만원)의 외국인 전문가까지 영입했습니다. 기상청에서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치예보모델을 분석한 결과는 서울에서 4일 13㎜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나왔고 그 수치를 근거로 최고 10㎝ 안팎의 눈을 예상했으나 크게 빗나갔습니다.

 

2008년에도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이어지는 경제의 어려움이 예견되기는 했지만 예측을 크게 넘어서는 대 폭락이 왔었습니다. 금융공학과 경제학이 크게 발전해온 미국에서 복잡한 경제 모델의 해석과 미래 예측을 위해 슈퍼컴퓨터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어떠한 수준으로 나타날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3) 바로 직전까지도 최고의 귄위기관에서 사안의 강도를 예측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국내 일기예보에서 가장 권위를 지닌 곳으로서 최고의 실력과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오전 6시에 2.5cm의 적설량이 될 때까지도, 불과 몇시간 뒤인 오후 2시에 25.8cm까지 쌓이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KOSPI가 1200대~1300대까지 내려왔던 시기인 2008년 10월14일자 <머니투데이>에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유명 금융기관 리서치센터장의 전망이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습니다. “1540선까지 반등은 이뤄질 것으로 본다. 1540선은 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에 속한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증가율(EPS)가 제로(0)가 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1540선까지의 반등은 근처에도 못가고 곧바로 대폭락을 지속해 10월27일에는 892.16까지 기록하게 됐습니다.

 

(4) 소송도 야기된다

 

폭설로 생겨나는 사고가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눈길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운전자 책임이거나 도로 관리자의 책임도 일부 인정되는 판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광주의 국도를 주행하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옆 차선의 차를 들이받은 사고에서 재판부는 “사고의 주된 원인은 운전자가 미끄러운 눈길에서 피해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과속으로 운행한 데 있다”면서 광주시에게는 “도로 관리자로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금융위기에서도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각종 소송이 생겨났습니다. 락인(Knock in), 락아웃(Knock out)의 줄임말에 해당하는 통화옵션 파생상품 키코(KIKO)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업체들의 소송이 있었습니다. 키코 계약 시 그 어떠한 국내 은행도 환율이 그렇게 폭등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도로 관리자로서 폭설이 그렇게 내릴 줄 몰랐던 것입니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우리나라 국채의 부도 확률수준인 0.02% 정도로 극히 낮아서 우리나라가 부도날 확률보다 낮다고 알려지며 판매됐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한 대폭락으로 손실 발생 후 펀드 판매기관인 우리은행이 고객손실의 50%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5) 결국 사태는 해결된다

 

길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폭설로 인해 도저히 차량 운행은 생각하기 힘든 상황임을 알 수 있었지만 염화칼슘과 모래를 대량으로 뿌리고 눈을 치우면서 부분적으로 도로의 상태가 회복돼 가면서 서서히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습니다. 금융위기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지만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문제점을 치유해가면서 결국은 부분적으로 회복돼 갔습니다.

 

대폭설을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가 차가 미끄러지면서 애먹는 광경을 필자도 직접 보았지만 앞으로 다시 폭설이 온다면 좀 더 잘 대처를 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재차 어려움이 다시 오더라도 지난번 금융위기만큼의 충격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사태가 아닌 이상 당국자나 각 분야 사람들이 미리 예견하며 대응하려는 자세가 생겨나 있기 때문입니다.

 

(6)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다

 

기상학자는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 모델 결과만으로는 눈이 될지 비가 될지, 눈이 녹을 것인지 쌓일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눈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석방법의 개선과 예보관들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도 노련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바 있습니다. 경제와 금융에서 고도의 정교한 수학적 모델과 시뮬레이션에 의존해서만 미래에 전개될 사항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의 모델을 활용해 투자하다가 파산까지 간 사례도 있습니다. 기상의 문제이건 경제의 문제이건,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 만든 모델에는 가정이 들어가 있기 마련인데 그 가정 자체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모델이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회의가 열렸고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져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따스한 겨울은커녕 전 세계 여기저기서 전대미문의 폭설 및 한파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중국 베이징은 59년 만의 최대 폭설로 시 전체가 눈에 뒤덮이면서 도시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됐습니다. 영국은 30년 만의 한파가 몰아닥쳐 도로 결빙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를 포함하여 1만3000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독일 내 철도·도로·항공 등 모든 교통망이 중단됐습니다. 유럽지역에서 한파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고 인도 북부도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면서 100여명의 동사자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북부지역은 영하 40도 근처까지 떨어졌고 일부 지역에는 80cm가 넘는 폭설과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과 같은 이상 기상현상은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때 겨울이 더 따뜻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갑작스런 한파나 폭설도 생겨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온난화 가스가 대기 중에 늘어나면서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에너지가 축적되고, 기상에서 에너지 이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공기의 움직임인 파동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이에 따라 여러 기상 이변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신용에 의해서 경제가 돌아가게 되고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에 따라서 돈이라는 에너지가 축적되고, 돈이라는 에너지의 이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 세계의 움직임인 파동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돼 금융위기나 기타 예기치 않았던 사태가 발생하는 것과도 비유됩니다.

 

금세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구 환경 및 금융 환경의 안전성을 높이고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비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절대적으로 잘 먹고 자산을 크게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격한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점점 더 사람들이 느끼는 시대로 접어든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