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안티'는 사회적 현상으로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그 무게감이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성향과 지향점, 그리고 철학에서 대척점을 이루는 집단이 반대세력화 해서 상반된 의사를 나타내는 것을 '안티'라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서 안티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집단화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 정치판과 연예계다. 특히 연예계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연기자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반감을 가지거나 인터넷을 통해 악플을 날리기도 한다. 물론 일부 극성팬들에 한정된 얘기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연예인들이 안티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안티 때문에 정치활동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하는 연예인이 생겨날 정도로 안티 문화는 이미 도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안티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 이때 "우리는 안티입니다!"하고 당당하게 나선 여대생들이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무대예술연구회이벤트동아리 'Anti-'가 바로 그들이다.
서울여대 이벤트동아리 'Anti-'는 무대공연이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공연분과 동아리다. 무대연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인 만큼 학교 축제 기간에 열리는 다양한 행사의 무대연출은 이들의 손을 거쳐서 탄생하게 된다. 1993년 의류제작과 교내 모델 선발대회라는 이벤트를 통해 본격적인 '작품'을 내놓은 'Anti-'는 그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학교 축제의 중심이 되는 행사를 기획해왔다.
그동안 많은 행사를 치르며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해 온 그들은 이젠 어떤 종류의 행사든지 자신있다. 기자가 만난 'Anti-'회원들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들에게 그동안 진행했던 이벤트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인기가 좋았던 행사를 물었더니 '2001 죽어볼래? 락 콘서트'와 '2005 비밀의 방'을 꼽는데 서슴이 없었다. 크라잉넛, 레이지본 등의 인기 락 가수들을 직접 섭외하여 멋진 무대를 만들어냈고, '체험의 방' 형식으로 중 고등학교 축제를 떠올리게 하는 '비밀의 방' 또한 여대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이벤트였다고 한다.
'Anti-' 활동은 교내에 머물지 않고 있다. 2009년 4월 한양대학교 앞에서 연 일일호프에서는 '하쿠나마타타폴레폴레' '수리수리 마수리' '마녀의 유혹'이라는 이름의 안주를 선보여 호프를 찾은 대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주문 외우기' '상자 속 물건 맞추기' 등의 색다른 게임도 진행해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과 여건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회장 민지윤(방송영상학과 2년) 씨에게 동아리 활동의 어려운 점을 묻자 '살짝' 한숨부터 내쉰 뒤 "학교 지원금으로는 교내 행사를 기획하고 꾸미기에 버겁다. 때문에 축제기간에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팔거나 일일호프를 통해 교내 무대연출에 보태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녀는 또 "비록 공식적인 교외 활동은 아니지만 안티스러운 이벤트로 수익사업을 벌여 모자란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결코 어둡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사람에 대해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달려 있는 시간에 'Anti-' 여전사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거부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그녀들은 무대연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연들과 그 인연들로부터 얻어지는 새로운 발상을 통해 '뻔'하지 않은 'Fun'한 인생을 무대 위에 그려놓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발칙하지만 대견한 'Anti-'들의 아름다운 도발이 있어 서울여대의 축제는 더 화려하게 빛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Anti-'여전사들의 더 지독한 안티스러움을 기대한다.
민지윤 'Anti-'회장 인터뷰
"무대에 불이 꺼진 뒤의 희열, 평생 잊지 못할 것"
△동아리 이름이 'Anti-'다. 안티의 의미는 무엇인가?
- 지루하고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즐기자는 뜻이다. 1993년에 지어진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동아리 활동이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아주 특별한 동아리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회원들 중에는 무대기획관련 회사에 인턴으로 뽑혀 학교 내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한 경우도 있다.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는데 안티는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지에 대한 답은 '창조성'일 것이다. 타 동아리보다 관객들의 호응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매번 색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정기 회의에 동아리 회원들이 전원 참석하여 서로의 반짝이는 생각을 공유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남다른 보람을 꼽으라면?
-기획한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끝이 났을 때 맛보는 성취감 또한 'Anti-'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이자 장점이다. 백지 상태의 무대를 'Anti-'만의 색깔로 채워나가면서 완성된 작품을 관중들 앞에 내놓을 때의 설렘과 뿌듯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