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에겐 ‘세 가지 모습의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이 멋진 말은 고전 <논어> ‘자장(子張)’에 등장한다. 자장은 자하, 자유, 증자, 공서화 등과 마찬가지로 공자의 제자들 중에 가장 연령이 젊은 그룹에 속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군자’는 그들의 스승인 ‘공자’를 가리킨다. 하지만 스승은 오늘날 조직과 기업의 ‘리더’로, ‘CEO’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점에 착안하면 ‘세 가지 모습의 변화’는 자연 공감되는 2천 년 이상의 ‘통찰력’으로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할 명언인 듯하다.
그렇다면 세 가지 모습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을 논어는 이렇게 적는다. “(군자=스승=리더=CEO) 멀리서 바라보면 근엄하고 직접 접해보면 따뜻하고 그 말을 들어보면 엄정하다(망지엄연(望之嚴然), 즉지야온(卽之也溫), 청기언야려(聽其言也厲)”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100% 공감이 된다. 그러니 명언이다.
MBC 인기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장준혁 역의 영화배우 김명민을 바라볼 때 나는 ‘군자유삼변’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던 적이 여러번이었다.
가난한 청소년 시절을 겪고 야간 상고 출신의 학력으로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금융계에서 ‘성공한 CEO’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그렇다. 그에 대한 세간의 인물평을 종합하면 ‘군자유삼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자에서 특파원을 거쳐 대기업 임원으로 경영 현장을 두루 누빈 체험을 바탕으로 쓴 <CEO 책읽기>(책만드는집刊)의 저자인 고승철의 설명을 참고하자. 고승철은 라 회장의 인물평을 이렇게 책에 적었다. 그대로 소개한다.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언제나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청탁은 받아들이지 않는 강단이 있다. 1983년 그가 신한은행 상무이던 시절에 당시 부총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사람을 추천하면서 신한은행에 입사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부총리의 청탁을 들어주면 다른 청탁을 물리칠 명분이 없다”라며 끝내 거절했다. 금융인 출신의 부총리는 과거 그가 모시던 상사인 인연도 있었다. 부총리는 “라 상무는 참 독한 사람”이라며 “내 부탁마저 거절할 정도이니 은행이 잘 될 것”이라 말했다.
‘미소를 머금은 표정’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확인이 가능하다. 또 ‘참 독한 사람’이란 말의 속내는 무엇인가. 이는 ‘그 말을 들어보면 엄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원칙에 어긋나는’에서 ‘근엄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 회장의 성공 비결이 ‘세가지 모습의 변화’라는 걸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어쩌랴. 세가지 변화를 자세히 살피고 배워야 한다. 장차 ‘성공하는 CEO’가 반드시 되고자 한다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언제 어디서나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항상 ‘의젓한(嚴)’ 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신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가까이 사람을 대할 때 항상 ‘따뜻한(溫)’ 미소를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충성’이 따르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는 ‘엄해야(厲)’ 한다. 이를 상대가 듣고서 행동에 옮기는 ‘리더십’이 번지기 때문이다.
“그 양반 사장되고 나더니 변했어. 부장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거드름 피우는 데 정말 못 봐 주겠어” 라는 사람들의 불평이 하나둘씩 나오는 순간 ‘CEO 성공’은 깨진 유리창이 된다. 오래 가지 못한다.
왜 그런지 <논어>는 이렇게 강조한다.
“군자의 잘못은 마치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잘못이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다 그것을 우러르게 된다.”
그렇다. 리더와 CEO의 잘못은 해와 달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영원히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영 컨설턴트는 곧잘 ‘리더십 RAV 바이러스’로 비유한다. R은 책임감(Responsibility), A는 권한(Authority), V는 비전(Vision)을 가리킨다. ‘RAV’. 즉 세 가지의 변화에 익숙하지 않으면 리더도 그렇고 CEO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심각한 ‘바이러스(병)’에 걸린다고 그런다.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군자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 부심할 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부심하지 않는다(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그렇다. RAV 바이러스는 ‘나’의 무능함, 부담감, 초조함에서 비롯되는 병이다. 결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서 오는 병이 아니다. 그럴 바에는 ‘후안흑심(厚顔黑心-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어야 의사결정을 잘 한다는 뜻)’이 진통제가 된다. 차라리 낫다.
다른 방법도 있다. ‘잠자며 쓰기(述)’가 그것이다. 퀴크 북스의 공동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제이슨 르쿨락’은 <아이디어 블록>(토트刊)에서 다음과 같이 효과를 적는다.
“막혔을 때, 잠을 자면 신기하게도 문제가 풀린다고 한다. 잠잘 때 잠재의식이 문제 해결을 도와줄 수도 있다. (중략) 낮 동안 어떤 문제에 집중하다가 잠들었을 때, 그러니까 문제를 풀기 위해서 이런저런 해답을 제시해 보고, 잠들기 직전까지 그 화두를 붙들고 생각했을 때, 아침에 눈을 뜨면 정답이 떠오르곤 합니다. (중략) 고민하면서 잠들어 보라. 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재빨리 메모할 수 있는 종이를 옆에 놔두는 걸 잊지 말라.”
그렇다. 핵심은 ‘고민하는 힘’에 있다. 그것이 현실이 되려면 무엇보다 내 옆에 항상 종이와 펜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는 찰나를 기억하려는 자는 어리석은 패자가 되지만 기록하려는 자는 언제 어디서나 인생과 비즈니스의 승자가 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꿈을 이루어주는 코끼리>(나무한그루刊)에 나오는 코끼리(가네샤)의 조언은 메모할 필요가 있다. 그대로 소개한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든 해 보게 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실천해 보지. 요컨대 ‘어처구니없다’든가 ‘의미가 없다’면서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그렇게 노력하면서까지 성공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
패자는 ‘해 보지도 않고’서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승자는 어떠한가. 승자는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패자와 다른 차이점이다.
“군자유삼변(君子有三變)”
해 보지도 않고서 먼저 비웃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가. 아니면 ‘맞는 얘기다’고 하면서 머릿속으로 기억하고자 하는가. 정말 당신이 성공하고 싶다면 ‘재빨리 메모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