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전문 교육기관인 리비젼아카데미의 황순귀 원장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CRM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CRM은 길게 봐야 하는데, 너무 단기간에 CRM 투자 효과를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CRM은 고객과의 관계를 길게 해서 계속 이익을 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타깃 마케팅을 잘해서 단번에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RM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죠. 기업은 그것이 무엇이든 투자했으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CRM은 단기간에 실적이 팍팍 나는 것이 아닙니다. CRM의 진정한 의미는 고객과의 신뢰구축입니다.”
황 원장은 기업들이 CRM의 의미를 헷갈리는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단기성과에 급급하다는 점, 둘째는 전문가를 육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돈 들여 비싼 CRM 시스템만 사오면 다 되는 것으로 인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CRM 공개강좌를 해오고 있다. 여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리급이나 사원이다. 과장급 이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황 원장은 “CRM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담당자 직급이 이처럼 낮은 것은 우리나라 기업에서 CRM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CRM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리급 직원으로는 이러한 추세와 모습을 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 참석자의 직급만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CRM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황 원장은 “참석자의 질문 수준을 보면 틀리지 않다”고 답한다.
황 원장은 “우리나라에 CRM이 도입된 1990년대나 지금이나 CRM에 대한 질문이 똑같다”며 “CRM팀은 그냥 거쳐가는 부서 중 하나처럼 돼 있기 때문에 도입 이후 전문가를 육성하지 못해 노하우가 전혀 쌓이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석의 고도화를 위해 노하우가 필요한데도 단기매출을 위해 단편적인 분석만 하고 있어 분석의 질은 낮고, 마케팅 인사이트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 기업의 실정”이라고 밝혔다.
황 원장은 한 자동차회사를 그 예로 들었다. 모 자동차회사에서 한 대학의 CRM 전문 교수에게 고객패턴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그 교수는 이 회사의 데이터를 받고 분석을 바로 포기하고 말았다. 이 자료에는 누구누구가 언제 자동차를 샀다는 기록만 있을 뿐 언제 어떤 수리를 어디서 했는지 등 부대 자료가 전혀 없어 제대로 된 고객분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자동차를 구입한 지 한달이 된 사람이나 10년이 된 사람이나 자동차회사에서 보내 준 DM은 자동차에 대한 것뿐”이라며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에게는 자동차 DM 대신 자동차 액세서리나 수리와 관련된 DM을 보내주는 것이 진정한 CRM”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소비자 니즈를 잘 분석해 성공한 사례로 영국의 버버리사를 꼽았다.
“영국에서 힙합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은 Chav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들이 버버리 짝퉁의 모자를 쓰는 것이 특징이라네요. 버버리의 고유 문양인 Tartan 체크무늬가 있는 모자죠. 그러다 보니 오리지널 버버리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Chav족으로 오해받을까 봐 안 쓰고, 안사기 시작한 거죠. 그러자 버버리는 Tartan 체크를 포기하고 Vintage Look으로 선회했습니다. 명품 중에서 유일한 Vintage Look을 만드는 브랜드가 돼 실적이 계속 좋아진 것입니다. 고객과 소비자를 잘 분석해서 전사적인 전략에 활용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황 원장은 고객 분석을 통한 이익창출을 위해 'CRM 2.0'을 제안했다. 황 원장이 말하는 CRM 2.0은 현실성, 체계화 그리고 전사적 관점이다.
현실성은 최소한만 바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체계화는 기획・실행・평가의 각 과정을 빈틈없이 전체와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황 원장은 이 같은 CRM의 원칙과 진행은 전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마케팅 부분 일부에서 몇몇 사람들만이 수행하는 활동이 아니라 CRM을 기업 전체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 전체의 움직임이 고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황 원장은 이와 함께 "각 기업의 CRM팀이 마케팅부의 한개 팀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CCO(Chief Customer Officer)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CO가 CRM, CS 등을 관장해 대고객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CRM은 고객은 만족하고 회사는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CEO부터 무던한 정성으로 꾸준히 투자해서 기다릴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다릴 수 없는 회사는 CRM이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