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보험은 물론 주식시장에도 엄청난 파급력이 예상된다. 시가총액 규모만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을 흥분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삼성생명의 수장인 이수창 사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이 사장은 삼성화재 사장을 지내다 2006년 삼성생명으로 배를 갈아탔다. 삼성생명이 그룹 내에서 큰형님격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이 사장의 이동은 단순한 수평이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사장은 삼성화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자동차보험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해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통합보험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상품 경쟁력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했다. 이런 점이 높이 평가돼 삼성생명 사장이라는 더 큰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삼성생명은 그해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전년대비 84.2%나 줄어든 11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교보생명과 신한생명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생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부 해외채권의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이를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다보니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수창 사장에게도 위기였지만 그는 지난해 이 같은 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했다. 상반기에 61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총자본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62%, 22.38%로 예년의 수준을 넘어섰다.
아울러 상장 추진도 공식화 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17일 기업가치를 높이고, 자본 확충을 통해 세계적인 보험사가 되기 위해 2010년 상반기에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은 바로 상장주관사 선정에 들어갔다. 국내사 9곳, 외국사 9곳이 입찰에 참여하는 열띤 경쟁 속에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 등 5곳이 상장주관사로 선정됐다.
올 1월20일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을 결정한 삼성생명은 다음날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빠르면 3월 초, 늦어도 3월 중순께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바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4월 초부터 해외 로드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상장은 오는 5월 초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르네상스 시대 연다
이수창 사장은 올해 상장을 계기로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거의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위상을 올해 다시 한번 재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이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상장을 앞두고 외부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시무식에서는 바둑론과 대나무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은 "바둑용어 중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말이 있다"며 "눈은 반상의 전체를 봐야 하지만 한수 한수는 작은 전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큰 꿈을 위해 오늘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인 이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서로 손을 맞잡고 나간다면 2010년은 삼성생명의 르네상스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나무는 씨를 뿌린 뒤에도 5년 동안은 싹이 돋아나 보이지 않는다"며 "1년에 2~3미터씩 뿌리를 내리면서 영양분을 축적했다가 5년이 지나며 숨 가쁘게 성장한다"고 대나무론을 설파했다.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는 대나무처럼 회사도 견고한 손익기반을 갖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세계 15위 달성
이 사장은 삼성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다음해인 2007년 5월 삼성생명의 중장기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2015년에 '글로벌 Top 1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8년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위 기업에 포함된 생명보험사는 총 27개사다. 이중 주식회사는 19개이고, 이 가운데 비상장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따라서 상장을 통해 해외 대형보험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글로벌 보험회사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게 이 사장의 의지다.
이 사장은 그 일환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중국과 태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영업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베이징에 세운 합작법인 '중항삼성'은 텐진에 지점을 설치한데 이어 칭다오에도 지점을 설치하기로 했다. 진출하려는 지역마다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중국의 특성상 칭다오 당국으로부터 내인가를 받은 상태인 칭다오 지점은 본인가 후 올해 안으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베트남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주재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삼성생명은 중장기적으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생명의 경쟁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최강자로 군림해온 만큼 최근 몇 년 사이에 과거의 위용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수창 사장이 상장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삼성생명의 두번째 르네상스를 이끌 수 있을지 시장은 지금 그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