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쟁력 강화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생명이 선두 삼성생명보다 한발 앞섰다. 상장 준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한생명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3월 상장을 목표로 해외 IR(기업설명회)에 나서는 등 막바지 상장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자칫 일정이 겹칠 수 있었으나 대한생명이 상장 준비 작업을 서두르면서 일정이 빨라졌다. 대한생명이 성공적으로 상장을 완료할 경우 국내 생보사 중 2호 상장사가 탄생한다.
 
대한생명은 상장을 완료하면 회사명을 바꾸고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장은 대한생명을 이끄는 신은철 부회장을 주시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올해를 대한생명을 맡은 후 가장 바쁘게 보낼 것이 확실하다.
 
그런 그가 올해 던진 화두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다. 보험영업의 경쟁력이 강해져야 내실도 갖춰지고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를 어렵게 버틴 대한생명으로선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 찾아 해외로 떠난 CEO
 
삼성생명에서 보험영업 총괄담당 사장을 지냈던 신은철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퇴사한 후 2002년 대한생명에 합류했다.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된 해다. 이듬해 12월 대표이사 사장이 된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05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11월 연임됐다.

대한생명은 한화로 주인이 바뀐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와 수익을 기반으로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2003년 총자산 규모로 교보생명을 앞질러 명실상부한 업계 2위가 된 대한생명은 수입보험료 등에서 교보생명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4~6월)에는 당기순익에서 적자를 기록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의 영향을 받은 데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일시에 거액의 비용이 지출된 까닭이다.

대한생명은 당시 65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800억원대에 달했다. 
 
다행히 상반기(4~9월)에 1621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1~3분기에는 3439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7조9662억원이며, 총자산은 56조5171억원이다.

한숨 돌린 신 부회장은 상장을 잘 마무리 짓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해외 IR을 위해 직접 외국으로 나갔다. 지난 1월29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대한생명은 2월22일부터 3월4일까지 해외 IR을 진행했다.

신 부회장은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을 거쳐 미국으로 날아가 뉴욕·보스턴·LA를 돌며 IR을 주관했다.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CEO가 해외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대한생명의 공모가는 1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규모는 2조원 내외로 예상된다. 상장 예정일은 3월17일이다. 촉박한 일정임에도 신 부회장은 성공적인 증자 완료를 자신하고 있다. 
 
'한화생명'으로 새출발 다짐

신 부회장은 상장이 완료되면 '한화생명'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대한생명의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사명 변경 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대한생명 상장이 마무리되면 예보의 지분이 줄어들어 사명 변경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한생명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는 점이다. '대한'이라는 이름을 버리기가 쉽지 않아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후에도 회사명을 바꾸지 않았을 정도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상장을 계기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사명 변경은 불가피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과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신운용을 한화금융네트워크로 묶고 로고에도 한화금융네트워크라는 단어를 넣었다. 한화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한화증권이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을 인수하기로 결정하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 부회장의 역할이 커졌다.
 

경쟁력 있는 최강조직 구축

신 부회장은 2010년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올해 영업방향을 '조직규모와 생산성 혁신을 통한 경쟁력 있는 최강조직 구축'으로 잡았다.
 
조직 증강과 규모 성장, 이익 증대를 3대 핵심 추진방향으로 설정하고 영업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 부회장은 "우수한 설계사(FP)를 늘리고 판매조직에 대한 활동 프로세스를 재정립함으로써 생산성을 키워 업계 최고의 조직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성장 유망지역을 중심으로 영업기관을 신설해 시장을 확대하고 해당 지역의 시장점유율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이익 증대를 위해 신인 설계사 교육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지원 인력의 핵심역량을 강화해 신인 정착률을 높이고,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는데 포커스를 맞출 방침이다.
 
신 부회장은 "현재 50% 수준인 보장성 상품 비중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금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 사장까지 포함하면 3번에 걸쳐 김승연 회장의 신임을 받은 신 부회장. 그가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갈무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