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어귀에 있는 강구항. 지금은 영덕 대게로 이름 높지만 1997년 인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외지인의 발길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항구였다. 8ㆍ15 광복 후 대게 통조림 가공공장이 생겨 대게의 집산지가 됐다가 현재는 전국 최고의 대게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동해 대게의 집산지였던 강구항
대게는 날이 추워지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맛볼 수 있는데, 3월의 이른 봄에 잡힌 녀석들이 속살도 꽉 차있고 맛도 담백하다. 대게의 속살 맛이 최고조에 이르는 이 무렵이 되면 강구항과 삼사해상공원 및 대게원조마을 등에서 대게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3월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사흘간이다.
대게는 ‘큰(大) 게’가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문으로는 죽해(竹蟹)라 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서 서식하며 특히 많이 잡히는 곳은 구룡포에서 죽변항 앞바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세개의 거대한 바다 속 섬이다. 후포항 앞바다 20km 해역에 있는 ‘왕돌잠’, 영일만 위쪽의 칠포 앞바다 9km쯤의 ‘무화잠’, 영덕 축산항 앞바다 7km쯤의 ‘신바위’인데, 이곳을 이른바 ‘대게벨트’라 한다.
수심이 5~200m 정도의 대륙붕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양질의 모래가 바닥에 깔려 있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 연중 10℃ 내외의 수온을 유지해서 대게가 대량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갖췄다. 결국 동해의 대게벨트에서 잡아 올린 대게라면 어디서 잡았든지 맛은 거의 비슷하다는 게 미식가들의 설명이다.
강구항까지 왔다면 대게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대게를 고르는 방법을 잘 모르면 현지 상인들에게 휘둘릴 확률이 높다. 대게는 먼저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녀석이 최고다. 일반적으로 큰 녀석이 맛있다. 크기가 비슷하다면 무거운 녀석의 속살이 훨씬 알차다. 배를 눌렀을 때 단단해야 한다. 또한 게딱지 위에 검은 팥알 같은 갑낭이 많은 녀석을 고르는 게 좋다. 이는 게와 공생하는 기생충 종류인데, 게딱지로부터 풍부하게 영양분을 공급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대게의 영양 상태가 양호할수록 갑낭이 많다.
그렇지만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큰 녀석은 속이 빈 ‘물게’일 확률도 높다. 살이 꽉 찬 작은 녀석 여러마리가 큰 녀석들 한마리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훨씬 높다. 살이 꽉 찬 대게는 담백하고 짜지 않다.
영덕 대게의 가격은 크기와 무게에 따라 1마리에 1만원에서 18만원까지 다양하다. 보통 성인 한명당 5만원 이상 가는 1마리는 골라야 먹을 만하다. 서민들이 먹기엔 부담이 되는 편이다. 그래도 영덕까지 와서 대게를 맛보지 않으면 정말 섭섭할 터. 그래서 가능하면 싸게 먹으려 애쓴다. 일반적으로 대형 식당보다는 시장이나 위판장 주변에서 구입하는 게 싸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가격에 너무 집착하면 맛없는 대게를 고를 확률이 높다.
살아있는 대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골라야 한다. 죽은 대게는 아무리 싸도 사먹지 않는 게 좋다. 가끔 난전을 보면 이미 쪄놓은 대게를 파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값 비싼 대게를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미리 쪄놓지는 않는다. 그 대게가 언제 죽은 건지, 또 몇번이나 다시 찐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살살 녹는 대게 속살 맛을 보고, 강구항 주변에서 숙박을 했다면 이튿날 아침 강구항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부두 너머의 바다가 붉은 노을로 물들 무렵이면 밤새 조업한 대게잡이 배들이 하나둘 부두로 들어선다. 만선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갈매기들이 일제히 날갯짓하며 환영한다.
일출 감상은 항구 선창가가 아니라면 강구항 뒤쪽의 언덕에서 하는 게 괜찮다. 위판장 옆 버스정류장에서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가파른 골목길을 5분쯤 오르면 강구항 언덕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강구항은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대게에 감춰졌던 또 다른 강구항의 매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구항 남쪽의 바닷가 언덕에 있는 삼사해상공원에서의 일출 감상도 괜찮다. 대게 축제가 열리는 3월 둘째 주말 영덕의 일출시간은 6시37분 무렵이다.
어디서 일출을 감상했건 강구항 위판장으로 가보자. 밤새 거친 밤바다에서 대게를 잡아온 고깃배들이 하나둘 항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윽고 배에서 부려진 대게들은 위판장 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일렬로 자리를 잡는다. 이윽고 영덕 대게임을 증명하는 리본을 다리에 붙잡아 맨 뒤 크기별, 품질별로 줄지어 놓으면 경매가 시작된다. 상인들이 손가락으로 입찰가를 제시하면 경매인은 그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상인의 번호를 불러 낙찰됐음을 알린다.
바다 풍광 아름다운 강구항~고래불 해안도로
해안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강구항~대탄 해맞이공원~축산항~대진항~영해로 이어지는 20번 국가지원지방도는 우리나라에서 몇번째 드는 아름다운 길이다. 아무리 급한 일정이라 해도 시속 80km의 7번 국도가 아니라 이 해안도로를 따라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아담하고 작은 포구엔 늘 파도가 철썩이고, 한쪽 덕장에선 오징어며 잡아온 바닷고기들을 갈무리하느라 분주히 손을 놀리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다. 축산에서 잠시 바다를 내버려두고 한동안 달리다가 다시 바다를 만나는 해안도로에는 오징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집 앞마당까지 들어온 바다에 배를 대놓고 있는 어촌마을도 구경할 수 있다. 쉬어가기 좋은 해맞이공원도 있고, 24기의 웅장한 풍력발전기가 휙휙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 등의 볼거리가 있다. 우럭, 숭어가 잡히는 갯바위 낚시터도 지천이다. 강구항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거리. 그렇지만 이런저런 구경에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강구항 북쪽의 축산면 경정리 차유마을은 영덕군에서 지정한 대게 원조마을. 마을에서 보면 북쪽에 죽도산이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는데 죽도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가 죽도산의 대나무와 흡사하여 대게, 즉 죽해(竹蟹)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서안동 나들목→34번 국도→영덕→7번 국도→강구항 / 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 나들목→31번 국도→28번 국도→흥해→7번 국도→→강구항 <수도권 기준 5시간~5시간30분 소요>
●숙박 강구항엔 용궁민박(054-733-3938), 에덴하우스(054-564-8560), 초록바다펜션(054-733-2749) 등 민박집이 있다. 삼사해상공원엔 동해해상호텔(054-733-2222), 삼사파크모텔(054-733-3001), 그랜드비치모텔(054-733-6030), 바다소리펜션(054-732-1575), 대게펜션(054-732-2170), 방파제펜션(054-733-8261), 해맞이펜션(010-7438-2020) 등 숙박시설이 많다.
●별미 대게 요리는 찜 매운탕 회 등 다양하지만 찜으로 먹어야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게살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게살을 다 먹은 후 게딱지에 담겨있는 ‘게장(臟)’에 밥을 비벼 먹으면 별미다. 대부분의 식당에선 이렇게 밥을 차린다. 현재 강구항엔 대게종가(054-733-4147, 080-733-3838) 등 200개가 넘은 대게 전문 식당이 있다. 성인 한명이 먹기에 적당한 대게는 보통 한마리당 5만~10만원 정도로 계산이 된다.
●참조 영덕군청 054-730-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