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촬영한 유명 프로골퍼들의 스윙 동작을 보면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 선수마다 스윙 동작의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절대 원칙을 깨지 않는 것이 바로 왼쪽 다리를 견고한 기둥처럼 버텨주는 동작이다.

어드레스를 할 때 허리와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기마자세를 취하면서도 클럽헤드가 볼과 만난 이후 팔로우스윙에 이르는 동작에서는 어김없이 왼쪽다리가 쫙 펴지면서 몸의 중심이 왼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장벽을 만들어준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왼쪽다리를 쭉 펴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이 동작을 터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기마자세를 팔로우스윙까지 계속 유지하다가 레슨프로의 지적을 받곤 하는데 왼쪽다리를 쭉 펴서 견고한 장벽을 만드는 동작을 쉽게 체득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동안 교과서적인 스윙을 익히려고 노력해왔던 터라 왼쪽다리로 견고한 벽을 만드는 일은 저절로 이뤄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이 골프의 철칙을 지키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연습을 하는데 5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사람이 함께 대동한 젊은 여자에게 열심히 스윙을 가르치면서 스윙 동작을 시범 보이는데 특히 임팩트 때 왼쪽다리를 쭉 펴는 동작을 유난히 강조했다. 골프깨나 치는가보다 생각했으나 주위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큰 소리로 사적인 레슨을 하는 것을 못 마땅히 여기고 있는데 이 양반이 내 스윙을 힐끗힐끗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의 기계적으로 나만의 스윙을 계속했다. 그런데 스윙을 점검하기 위해 슬로모션으로 스윙동작을 하자 "왼쪽 다리를 쭉 펴세요. 아까는 잘 하시던데"라고 구체적으로 팁을 던졌다.
구력이 얼마나 오래 되기에 그리고 골프를 얼마나 잘 치기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가르치려 드는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불편했으나 참고 그의 팁을 받아들였다. 내가 표정으로 잘 알겠다는 표시를 하니 그도 더 이상 간섭하진 않았다.

나는 왜 그런 지적을 받았는지 궁금해 왼쪽다리에 관심을 갖고 스윙을 해보니 왼쪽다리를 펴는 동작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왼쪽다리를 펴는 동작이 되다가도 어떤 때는 어드레스 때의 기마자세가 팔로우스윙 때까지 유지되면서 왼쪽다리가 벽이 되지 못하고 몸의 회전과 함께 왼쪽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얼마 전 스크린연습장에서 카메라에 찍힌 스윙 사진에 왼쪽다리의 무릎이 약간 구부러지며 왼쪽으로 쏠려 나가는 느낌이 들어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무례를 무릅쓰고 지적해준 덕분에 그동안 이 철칙을 제대로 지켜오지 않았음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왼쪽다리를 펴서 왼쪽 벽을 만드는 동작에 신경을 쓰자 금방 비거리가 늘어나고 방향성도 좋아졌다. 많은 연습에도 헤드스피드가 오르지 않고 비거리가 늘어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문제에 있었던 것이다. 낯선 분의 무례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