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영동축산농협은 7년 전까지만 해도 만성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부실조합이었다. 고정투자금은 갈수록 늘어났고 부실채권이 쌓이면서 2002년 7월1일 옥천축산농협과 영동축산농협이 통합할 당시 순수 손실금만 63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경쟁을 치르다 보니 지역간 이질감도 만만치 않아 통합론은 무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더이상 부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현금 12억원을 포함해 무이자 5년 상환 조건으로 160억원 등 통합을 전제로 200억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받았다. 통합의 효과는 이듬해부터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자금이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통합운영 1년 만에 43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이어 2004년 2억원, 2005년 3억원 등 매년 1억원 이상 흑자가 누적됐다. 지난해에는 조합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4억원의 흑자를 맛 봤다.
2006년부터는 조합원들에게 첫 배당(5%)도 할 수 있었다. 또 인공수정 정액지원금(6000만원), 동물약품 구입비(3000만원), 소입식자금(5000만원) 등 연간 1억5000만원을 조합원에게 환원했다. 올해부터는 1000만원 규모의 조합원 자녀 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당시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았던 지원자금도 2007년과 2008년 단 두해만에 160억원과 46억원씩 나눠 모두 상환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부실조합이라는 오명을 씻고 자산규모 1000억원에 달하는 흑자조합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농협중앙회가 전국 144개 축협조합을 대상으로 실사한 종합평가에서 농촌형 축협 1위라는 쾌거도 달성했다.
◆부실의 싹 자르고, 경제사업 확대한다
통합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크게 두가지. 연체비율을 낮추고 협동조합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경제사업의 비중을 확대한 것이었다.
합병 당시 연체비율은 상호금융부문 40억원, 정책자금 대출 연체금 60억원으로 평균 40%가 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채권관리 직원을 전진배치 시키고 못 받을 돈은 과감히 상각처리하면서 2008년에는 연체비율 1%라는 믿지 못할 성과를 거두며 '탑 클린뱅크' 반열에 올라섰다.
또 지난해 3000여명이던 조합원 중 무자격자 500명을 과감히 정리해 부실의 싹도 아예 잘라 버렸다.
경제사업 비중 확대를 통한 변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5년째 가동 중인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와 옥천군 이원면 평계리 일대 8만7450㎡(2만6500평) 규모의 생축장에 8억4000만원을 추가 투자해 3630㎡(1100평) 규모의 축사를 신축 중이다.
오는 5월 완공,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이곳에는 기존에 사육 중인 소 300두에 400두를 추가 입식할 계획이다. 또 학교급식과 유통사업에도 진출하기 위해 총 26억원을 들여 육가공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8억원을 들여 충북 청원군 남이면 갈원리 일대에 9900㎡(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놓았고, 공장설립을 위한 설계도 발주했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1일 소 10두, 돼지 100두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연간 170억~18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완기 상임이사는 "아직도 신용사업부문이 60%를 차지해 경제사업 비중보다 높지만 앞으로 역전될 것" 이라며 "경제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하는 것은 중간마진을 없애 조합원이 마음 놓고 소나 돼지를 생산, 수익을 올리기 위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해부터 또 하나의 시험을 시작했다. 자산규모가 2500억원 이상인 조합만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한 상임이사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제 도입으로 조합 살림의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홍성권 조합장은 "조합장에게는 외치를, 상임이사에게는 내치를 맡겨 조합장의 권력 비대화도 막고 전문경영인을 통한 조합 경영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숫송아지 구입, 고급육 생산사업 펼칠 것"
이완기 상임이사
"과거 부실조합으로 추락, 조합원들에게 실망을 줬지만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이젠 흑자조합으로 변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의 어려움을 되새기며 조합원들에게 더욱 신뢰와 이익을 주는 조합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충북 옥천영동축산농협의 초대 상임이사로 선출돼 안살림을 맡아 오고 있는 이완기 상임이사(57)는 "조합원 복지증진과 실익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꿈과 희망이 있는 조합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자산규모 2500억원이 넘는 조합만 상임이사를 두도록 돼 있는데도 1000억원 규모의 이 조합이 굳이 상임이사제를 도입한 것은 전문 경영인을 통한 내실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이 상임이사는 "지난해 농협중앙회 종합업적평가에서 농촌형 축협 전국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조합원이 믿고 힘을 보태줬기 때문" 이라며 "앞으로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300두 규모의 생축장을 700두 규모로 늘리고 조합원들이 생산한 수송아지를 구입, 고급육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사업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영동 축산물판매장과 전문식당도 활성화시켜 조합원들이 생산한 한우를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조합원들과의 격의 없는 논의 등을 통해 필요한 사업도 발굴, 조합원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조합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상임이사는 1978년 청주농협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1983년 농협과 축협 분리 시 청주축협 신용사업을 담당했고 이어 옥천축협과 청주우유조합, 괴산증평축협 상무, 음성축협 전무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옥천영동축협 전무를 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