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마케팅조사자

      강경란 닐슨리서치 마케팅조사팀 부장
 

      마케팅조사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재미있는 직업
 
 
 마케팅조사자가 뭐하는 직업이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마케팅조사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는 사례를 통해 그 직업의 실체에 한걸음 다가서 보자.

 1989년 스캔들, 섹스, 루머가 없는 이른바 '3無'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운 잡지가 출간되었다가 17개월 만에 폐간했다. 창간 전 마케팅조사를 통해 '스캔들, 섹스, 루머가 없는 잡지를 사보실 의향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95% 이상이나 되는 소비자들이 'Yes'라고 대답한 통계를 바탕으로 창간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마케팅조사를 실시할 때에는 제품, 소비자, 상황에 따른 많은 마케팅조사 방법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위에서 사례로 제시한 경우에서 처럼 그 잡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인터뷰 형식으로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여 구매여부를 물어봤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서 사실과 다른 대답을 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마케팅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례이다.

 이렇듯 마케팅조사가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꼭 해야만 하는 작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마케팅조사자를 꿈꾸는 대학생들도 늘어났다. 기자가 들었던 특강에서 자신을 '재윤이 엄마'로 소개한 강경란 닐슨리서치 마케팅조사팀 부장을 만나 그녀가 마케팅조사자로 성장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어떤 준비를 했을까
 강경란 부장의 대학시절 전공은 아동학이다. 언니의 추천으로 아동학을 전공하다가 대학 4학년, 어학연수가 흔치만은 않았던 시절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머물던 집주인 아주머니가 필리핀이민자커뮤니티의 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덕에 필리핀이민자들이나 같은 동네 베트남커뮤니티 구성원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지역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원에서는 지역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녀는 지역학을 공부하는 만큼 현지에서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필리핀으로 두달 동안 필드워크를 갔다가 국회의원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그 지역의 지역행사나 결혼식 등 많은 지역문화를 배우는 계기를 얻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필리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시장개척단에 선발돼 또다시 필리핀으로 6개월간 연수를 간다. 3개월은 KOTRA에서, 나머지 3개월은 현지기업에서 한국제품의 시장조사를 하고 거래로까지 연결시키는 등 그때부터 자연스레 마케팅조사자의 면모를 키워온 것이다.

 마케팅조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녀는 리서치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고, 해외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닐슨리서치코리아에 입사하게 된다. 수년간의 현지시장 경험을 통해 마케팅조사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것이다.
 
 어떤 일을 했을까
 그녀가 2002년 처음 입사해서 맡은 일은 호주축산협회에서 요청한 '호주청정우'의 브랜드 관리였다. 고객사가 호주였기 때문에 소비자조사를 나갈 때의 질문지를 한글과 영어 두가지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홍두깨살, 살치살 등 고기부위의 영어명칭을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또 인도의 가전제품 시장을 조사하는 일도 기억에 남는데, 가정 방문(home visit) 조사를 했기 때문에 인도의 주부는 어떤 방법으로 시장에 가서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가전제품을 이용하여 제품을 보관하는지 하루 종일 소비자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작업이었다. 도심의 가정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시골 가정에서 조사를 하게 되는 날이면 지내기가 불편해 고생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지역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겪은 경험과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잦은 출장에도 끄떡없었지만 2년 전 한달 동안 터키, 미국, 필리핀 등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서 일을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다.
 
 그 때 '쉬고 오라'는 한마디에 2개월간의 휴식기간을 가졌고 그 기간 동안 많은 고민을 해본 결과 강 부장은 마케팅조사자로서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조직 관리자의 일원으로서, 마케팅조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두 직분 모두에 최선을 다해 나중에는 다른 국가에서 직접서비스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마케팅조사자가 될 수 있을까
 좋은 마케팅조사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 부장은 '외적 조건과 내적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첫번째 외적조건이란, '현지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미팅을 7시에서 9시 사이로 시간을 잡는 반면에 칠레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거의 야행성이라서 미팅을 밤늦은 시간에 진행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시장조사를 금요일에 실시하는 반면 두바이 같은 경우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일이라서 시장조사는 대부분 일요일에 실시한다. 현지사정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조사자로서의 성공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두번째 내적조건이라는 것은 '내가 마케팅조사를 왜 좋아하는지, 정말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조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고민을 하다보면 이 길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고, 애정을 갖게 되면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 중에 마케팅조사가 재미없어서 그만두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니 일에 대한 애정만 가질 수 있다면 더욱 더 일을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왜 마케팅조사자인가
 마케팅조사라는 일의 비중이 예전보다 커지긴 했지만 글로벌시대에 발맞춰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기업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마케팅조사의 중요도는 아직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이 잘 돼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좋은 시장을 제공하는데 일조를 하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케팅조사를 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접할 기회가 많아 끊임없는 성장과 자극제가 돼 주는 이점도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고객사가 갖고 있는 문제를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을 통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도와주는 것' 이 강 부장이 꼽은 마케팅조사자로서의 가장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케팅조사자가 되기 위해 경영학이나 통계, 사회, 심리학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의 특성상 배우면서 바로 실전에 뛰어들기 때문에 '좌충우돌'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물론 고객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는 하지만.

 강 부장 경우처럼 인턴을 거쳐 바로 대기업에 취직하는 방법도 있지만 규모가 조금 작은 회사에 입사해 탄탄한 경력을 쌓아가는 방법도 있다. 입사 후 2~3년을 기점으로 고비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 시점을 잘 넘기고 열심히만 한다면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호기심을 가져라
 인터뷰 내내 맏언니 같은 푸근함으로 기자를 편안하게 해 주었던 강경란 부장. 그녀에게서 풍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연륜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마케팅조사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마케팅조사자가 되고 싶어하는 대학생은 대부분 스펙은 좋습니다. 영어도 잘하고 통계분석능력도 뛰어나죠. 하지만 그것 말고도 중요한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호기심'이죠. 적극적인 자세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은 탐구능력을 키워주는 동력이라는 얘기다. 강 부장은 덧붙여 말한다.

 "직업을 갖기 위한 'One of Option'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소비자와 시장을 알고 그것을 통해 고객사에게 좋은 시장을 알려주는 것'이 각자 인생의 천직이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재미있는' 이곳에서 버텨낼 수 없을 것입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호기심을 갖고, 그 일 자체를 목표로 삼아 '재미있는' 마케팅조사자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한희준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