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이은원 도서출판 부키 기획위원
"책은 소통의 집합체...
독자를 읽는 눈 가져야"
독자의 니즈 파악 중요...존재감 큰 종이북, 영원할 것
서점에 가서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놓여있는 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책들이 어디서 왔을까, 누구의 손을 거쳐 온 책일까 궁금해진다. 제목과 저자, 출판사의 이름이 표지 속에 곱게 담겨 스스로의 내용을 내비친다. 제목에 끌려 책을 집거나, 좋아하는 저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보물을 찾은 느낌으로 손에 들거나, 표지에 끌려 한 번 펼쳐보거나.
독자는 자신이 읽고 있는 책 속의 누군가를 저자의 이름으로 칭한다. 그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오갔을 손들의 이름은 하나하나 마주하긴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 있는 배우라도 수많은 스태프의 도움 없인 무대에 오를 수 없듯,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누구보다도 책을 사랑하며, 오늘도 한 권의 멋진 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책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봄을 시샘하듯 제법 굵은 눈발이 흩날리던 3월. 쌀쌀한 날씨 속 신촌의 한 카페에서 도서출판 부키(www.bookie.co.kr) 기획위원 이은원 씨를 만났다. 다소곳하고 부드러운 표정의 그녀는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잡지기자 생활을 하다 재작년까진 잡지 편집장으로 일을 했었고, 지금은 부키에서 출판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잡지와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의 차이다. 잡지는 한 달에 한 권씩 날짜에 맞추어 나와야 한다. 완성도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독자와의 약속인 '시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은 다르다. 목표발행일은 있으나 과정에 따라 변경되기도 한다. 계속해서 읽혀지는 것이기에 과정 과정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이 위원에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책의 저자는 어떠해야한다'하는 한계는 없으며, 먼저 '글'이 좋아야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그 저자가 쓴 글 속의 메시지를 좋아해줄 예상독자층이 있어야하며, 원고의 완성도 또한 중요하다고 한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먼저 두 가지 경우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는 기획자가 어떤 주제로 책을 만들 건지 생각한 후 필자를 찾는 경우, 두 번째는 어떠한 주제를 필자가 먼저 제안해 기획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기획자와 필자가 만나 책을 만들기 위한 기획이 시작된다. 기획이 진행되기 전에 핵심독자층, 구매독자층, 판매예상 등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시장조사가 이루어진다. 유사분야의 책을 찾아보거나, 이미 나와 있는 책들과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찾아본다. 그리고 기존의 책보다도 더 좋은 책, 더 장점이 많은 책들로 독자들과 만나기 위한 기획을 한다.
그 다음으론 글의 콘셉트를 의논하며 대상이 될 독자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그 후 필자가 집필에 착수하면 출판사는 그런 필자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콘셉트에 맞는 집필을 할 수 있도록 조언도 하고, 글이 막혔을 때 필자의 의논상대도 되어준다.
이렇게 원고가 완성되면 그 글이 처음의 출간의도와 맞는지를 점검한 후 교정과 교열, 디자인의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책, 어디서 오는 걸까
항상 서점에서 궁금했던 것은 이 많은 책이 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에 대한 점이었다. 출판사의 누군가가 직접 가져와서 하나하나 정리한걸까? 등 이상한 상상도 해보았다. 책이 시장에 발표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책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책이 출판이 되면 대형서점이나 총판에 보내진다. 대형서점에 보내진 책은 분야별로 진열되어 독자들의 손에 들어오게 되고, 총판으로 간 책들은 다양한 규모의 서점으로 보내진다. 그 이후 잘 팔려서 더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고, 팔리지 않아서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오기도 한다.
표지는 예술이다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책, 그 안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마음, 그리고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 장정은 예술의 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독특하고 특화한 분야다.
요즘 들어 책들이 점점 '예뻐진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 위원에게 북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좋은 북 디자인은 책의 주제를 잘 담아내면서도 미적으로 우수한 완성도를 지닌 디자인이지요. 북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구현해내는 전문 영역이면서도 독자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관문'인 만큼 담아낼 콘셉트에 대해 편집자와 많은 의논이 오간답니다. 특히나 온라인 서점의 경우 사람들이 책을 직접 열어볼 수 없어 표지로 책을 판단해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욱 중요하지요."라고 대답했다.
E-book과 종이북 장점 달라
몇 년 전만해도 E-book시장이 점점 커져 종이책의 자리가 점점 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책하면 생각나는 것은 하얀 종이 속 점점이 새겨진 검은 활자를 속에 담고 있는 종이책만이 떠오른다. E-book은 책이라 부르기엔 뭔가 아쉽다. 머릿속에 딱히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냥 막연히 E-book보단 종이책이 더 좋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이 위원은 E-book과 종이책은 병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얘기했다.
종이책은 각각의 책이 색깔도 크기도 모두 달라 제각기 존재감을 지닌다. 그리고 그 책이 주는 존재감은 손에 넣었을 때 묘한 보람을 느끼게 한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책의 모양도 그 책의 느낌을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E-book은 이런 '느낌'이 없이 '콘텐츠'만 제공하는데서 한계를 지닌다. 책을 사는 느낌보단 지식을 사는 느낌이다. 그러나 간편성과 경제성에서는 E-book이 종이책을 앞서고 있다.
이 위원은 이어 "앞으로 E-book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더 활발해진대도 종이로 만든 책은 계속 존재할거에요. 사실 모든 책이 E-book화가 되어있지 않아 독자의 선택권이 좁지요. 수요가 적어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E-book시장에 나서고 있진 않아요. 그래도 앞으로 E-book의 수요, 공급이 계속 증가할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덧붙였다.
독자를 알아야 한다
부키 홈페이지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편집자에게'라는 게시판이었다. 다른 출판사 홈페이지에선 쉽게 찾을 수 없던 직접적인 소통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소통을 이메일같이 당사자들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을 타인들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이런 게시판에 대해 이 위원은 "출판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독자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기본적인 사실이에요. 하지만 막상 독자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지요. 서점에서 하루종일 서서 책을 사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어볼 순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홈페이지를 통해서 독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게 노력하지요. 앞으로 그 부분은 더욱 강화해나갈 생각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경제·경영서, 인문교양서, 실용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키의 책들을 생각할 때, 독자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기획할 책들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라
마지막으로 출판 편집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물었다.
이 위원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했다. 우선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책을 읽고 난 후에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무엇보다도 책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을 만들기 위해 매순간 노력하는 만큼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끝으로 '이슈와 트렌드에 민감해지려는 노력'을 꼽았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얻는 건 기존 지식의 확인이 아닌, 새로운 지식들이다. 그만큼 책을 만드는 사람은 독자가 '앞으로' 원하게 될 내용에 대한 민감한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꽤 늦은 시간까지 한결같은 미소로 기자를 대해준 이은원 위원. 마치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원고를 갈무리하고 다듬으며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킨다는 그녀에게서 글을 사랑하고 책을 아끼는 마음씀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권수현 대학생기자
***출판사 편집자가 되기 위해선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www.kopus.org/)에 들어가면 출판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운영하는 출판전문 교육기관인 sbi의 강좌 또는 한겨레신문사 교육문화센터의 출판 관련 강좌를 수강하자, 이곳에서 맺은 인맥을 통해 출판사에 입사 추천을 받는 경우가 있다. 또한 북에디터(www.bookeditor.org/)에서 신입 편집자 모집 공고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