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다’는 것은 서로 상반된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별것 아니다’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쉽게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 예쁜 말이다. 베스트셀러 <사소한 차이>(위즈덤하우스간刊) 본문 중에 나오는 얘기다. 책의 저자이자 출판기획 전문가인 연준혁은 자기계발·역사·자녀교육 등 여러 분야의 출판기획을 하며, 대기업 CEO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소한 차이’에 주목하게 되었노라고 한다.

사실 ‘사소한 차이’를 몸소 잘 아는 직업군을 꼽자면 ‘최고경영자(CEO)’가 하나요, ‘시인(詩人)’이 또 하나라고 필자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시인 신경림 선생의 시 중에 ‘파장(罷場)’이 있다. 전문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罷場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수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어느 날 문득 이 시를 읽고는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소한 차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시인은 독자를 안내한다. ‘못난 놈’은 어찌 보면 ‘잘난 놈’으로 보이기도 한다. 상대의 ‘얼굴만 봐도 흥’이 나는 긍정의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는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가장(家長)의 사소함이 행복해 보이지가 않을쏘냐?

행복은 일상에 널려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잡지 못하는 것뿐이다. 사방천지에 놓인 행복이란 세 잎 클로버를 짓밟고 있으면서 행운이란 네 잎 클로버를 찾고자 욕심내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일과 인생이 꼬이고 막히고 하면서 술술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박목월 선생의 ‘한탄조(恨歎調)’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그 일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한탄조
                  -박목월

주머니 든든하면

술 한 잔 받아주고

돈 있으면
니 한 잔 또 사 주고
너요 내요 그럴 게 뭐꼬.
거물거물 서산에 해 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안고 갈래

 
아마도 소설 <임꺽정>의 주인공인 칠두령이 만들려고 했던 청석골(理想鄕)도 추측건대 그랬을 것이다. ‘너요 내요 그럴 게 없’는 ‘행복한 이상향’을 추구했으리라 능히 짐작되고도 남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한탄조 가락에 슬프게 머물지 않고 ‘사소한 차이’로 인해 행복조 가락으로 우리를 기쁘게 치닫도록 만든다.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러니 ‘니 한 잔 또 사 주’고 싶어진다. 이 무렵이 바로 ‘술술 풀리는’ 시간과 공간을 ‘나’에게 주는 찬스다. 다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위험과 기회는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 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는 데 있다.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는 중국에서 유명했고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된 우무릉(于武陵)의 시 ‘권주(勸酒)’에 나온다. 이를 전문으로 소개한다. 감상해보자.

권주(勸酒)
                          -우무릉(于武陵)
그대에게 이 금빛 나는 술잔을 권하노니(勸君金屈巵)
잔에 가득 찬 이 술을 사양하지 말아 다오(滿酌不須辭)
꽃이 피면 비바람도 많은 것처럼(花發多風雨)
우리네 인생도 언제나 이별이 기다린다네(人生足別離)

 
그렇다. ‘꽃이 피면 비바람도 많은 것’이 어쩌면 인생의 참맛이고 비즈니스의 냉혹함일지도 모른다. 성공(화발)의 기회는 언제나 실패(다풍우)의 위험 앞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경을 뒤로 돌리면 경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별것 아니다’라고 남의 재주를 무시하기 보다는 나도 ‘쉽게 이룰 수 있구나’라고 고정된 상식을 거꾸로 되짚을 필요가 있다.

‘재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적자면 4가지다. ‘talent, skill, gift, knack’이 그것이다.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주가 바로 ‘탤런트’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갈고닦는 연습으로 이룰 수 있는 재주가 ‘스킬’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프트’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술 한잔 받아주는 것’처럼 ‘선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낵’은 말 그대로 ‘버릇’일 것이다. 항간에 ‘돈 물려줄 생각 말고 자식에게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게 하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사소한 차이>에 따르면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늘 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눈에 띄는 곳에 적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늘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매일 아침 6~7종의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42대 대통령인 클린턴은 대학생 시절부터 인물 노트를 만들어, 그날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과 특징 등을 기록해 놓고 밤마다 머릿속에 되새겼다고 한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이러한 사소한 차이로 보일 수 있는 ‘습관(Knack)’을 우리는 어쩌면 외면하고 놓치고 있어서 일과 인생에서 ‘술술 풀지 못하는 것’이 아닐는지….

영국 속담에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그렇고 그런 보통의 재주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재주는 ‘능간’ 수준이 되어야 팔린다. 능간(能幹)은 ‘능수능간(能手能幹)’을 줄여서 말함이다. 나무로 말하자면 손은 뿌리가 되고 뿌리 다음으로 중요한 줄기 역할은 ‘습관’에서 비롯될 것이다. 몸에 밴 습관이 곧 나의 재주가 된다. 세 살 전에 고치지 못한 나의 습관의 좋은 장점을 먼저 찾는 것이 어쩌면 남이 평생 쫓지 못할 ‘사소한 차이’가 결국엔 되는 거다. ‘배우는 자’는 이루고, ‘배우지 않으려는 자’는 이루지 못한다. 이게 기막힌 현실이다.

가족과 함께 아침밥 먹기(아니면 저녁밥 먹자), 맞장구치면서 듣기(아니면 세 번 듣고 나는 한 번만 말하자), 배웅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기(아니면 문 앞에서 하자) 등의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도 역시 나에겐 ‘재주(術)’가 된다. 소설 <임꺽정>에 등장하는 봉학이는 활의 달인, 유복이는 표창의 달인, 오주는 쇠도리깨 달인, 돌석이는 돌팔매의 달인, 천왕둥이는 축지법의 달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백수’와 ‘달인’의 차이는 ‘재주’를 평상시에 안 연습하고 능수능간(能手能幹)할 때까지 1만 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에서 오는 단지 ‘사소함’ 때문이다. 그나저나 왜 그렇게 ‘잘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으르렁 거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