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학기 초는 매우 중요하다. 신학기의 첫 인상이 아이의 학교생활, 나아가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사회생활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것이다.
소심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라면 학교에서 왕따가 될 위험도 커진다. 그런데 아이를 소심하게 만드는 이유 중에는 이갈이도 있다.
아이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모가 된 부모들이라면 기대가 크겠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다. 자녀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사회성 때문에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나 왕따가 되면 어쩌나 우려되기 때문이다.
왕따가 되는 이유를 정확히 집어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 성격의 문제가 크다. 최근에는 한자녀만 낳아 키우는 집이 많은데 형제가 없다보니 사회성이 부족할 수가 있어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를 왕따로 만들 수도 있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바로 이갈이다. 이갈이는 보통 잠을 잘 때 습관적으로 치아를 좌우로 갈거나 아니면 꽉 깨무는 증상을 말한다.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나 불안,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전체 인구 중 10%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른보다는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대의 살바토르 인사나 박사팀은 지난 2008년 평균 연령 4살인 미취학 아동 1956명을 대상으로 이갈이와 낮 동안 행동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자면서 이갈이를 많이 하는 아동일수록 위축된 행동을 보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미취학 아동의 36.8%가 일주일에 1번 이상 이를 갈고 있었으며, 6.7%는 일주일에 4번 이상 이를 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가는 횟수가 많은 아이일수록 다른 아동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은 위축된 행동을 보였으며 미취학 아동의 학교 환경적응력 평가에서도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서 말하는 위축된 행동이란 혼자 있으려 하고, 다른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며, 말이 없는 성향을 말한다. 위축된 행동을 하는 어린이는 타인과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족해서 생각, 화, 슬픔 등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갈이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위축된 아이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갈이와 미취학 아동의 행동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갈이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턱관절과 주변 근육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아침에 입을 벌리기가 힘들 수 있고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사각턱이 될 가능성도 있으며 치아에 균열이 생겨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의 조직이 닳아 치통이 생기고 두통이 유발되기도 한다.
자녀 이갈이, 이렇게 예방하라
이갈이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트레스다. 낮 동안 받은 심적 스트레스를 밤에 이갈이를 통해 표출하는 셈이다.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이나 놀이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부모들은 자녀가 낮 동안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대화를 자주 시도하고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처럼 자녀가 주눅 들지 않고 기를 펼 수 있게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들기 전에 곁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안아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이럴 경우 자녀가 안정감이 생겨 이갈이가 줄어들 수 있다.
한편 유치에서 영구치로 넘어가는 치아교환기(5∼12세)에 이갈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잇몸이 간지럽거나 불편해서 일시적으로 이를 가는 것인데 영구치가 나오면 이갈이 증세가 사라지므로 이런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자녀가 이갈이를 계속한다면 교합안정장치를 착용시키는 것이 좋다. 이 장치는 마우스피스와 비슷한데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끼우고 자면 된다. 마우스가드(Mouth guard)라고도 불리는 이 장치는 윗니와 아랫니를 닿지 않게 도와주고 턱 근육 및 관절의 긴장상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단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것을 장기간 착용하면 치아 맞물림 변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치과에서 정교하게 제작하고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갈이 습관이 심한 경우 치주조직 손상, 턱관절 동통, 목과 어깨의 통증까지 유발하는데 이를 방치하게 되면 학습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발견에 따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이를 가는지 확인하는 방법
1.턱이 아픈지 물어 본다. 만약 자녀가 이를 갈게 되면 턱 관절에 힘을 주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서 턱이 아프다. 입을 벌리기가 힘들 만큼 아플 때도 있다. 때문에 턱이 아프다고 하면 이를 갈 가능성이 높다.
2.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 조직이 닳았는지 확인 한다. 이갈이가 심하면 치아끼리 닿아서 균열이 생기고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의 조직이 닳게 된다. 이로 인해 치통이 생기기도 한다.
3.자녀 얼굴이 점점 사각턱이 되는지 확인 한다. 체중변화는 없는데 얼굴이 점점 사각턱이 되는 것 같다면 치과를 방문해 이갈이가 맞는지 확인하고 치아 상태를 점검 받아 보는 것이 좋다.